노 대통령 - 부시, 친밀감 부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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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 장소가 경주로 잡힌 데는 한.미 양국의 전략적 고려가 숨어있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정상회담의 주요 컨셉트 중 하나는 두 지도자 사이의 개인적 친밀감을 강조함으로써 양국 간의 끈끈한 우정을 부각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의 한 호텔에서 열리는 정상회담 이후엔 양 정상이 경주의 문화 유적지를 함께 거니는 일정이 잡혀 있다. 이를 통해 부시 대통령의 '크로퍼드 목장 회담' 분위기를 연출하겠다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가까운 우방의 정상들을 자신의 고향 텍사스주의 크로퍼드 목장으로 초대해 왔다. 꽃이 만발한 정원을 함께 걷기도 하고, 텍사스의 전통 음식도 제공한다. 자신이 직접 픽업 트럭을 몰고 손님을 영접하고, 함께 목장을 둘러보기도 한다.

경주 회담이 '크로퍼드 목장' 회동과 마찬가지로 두 정상이 서로를 더욱 가깝게 느끼고, 또 가깝도록 보여지게 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기대다. 미국 측에서도 반기는 일이기도 하다.

최근 부시 대통령은 아르헨티나의 해변 휴양지에서 열린 미주정상회담에 참석했다가 스타일을 구겼다. 미국이 강력하게 주창했던 '미주 자유무역지대(FTAA)' 창설 문제는 진전을 보지 못했고, 중남미 국가들의 격렬한 반미 정서만을 확인한 채 돌아서야 했다. 이 때문에 한.미 정상회담 등을 포함한 이번 아시아 순방을 국내정치.외교문제로 빠진 궁지 탈출의 계기로 삼아야 할 상황이다.

16일 열릴 미.일 정상회담의 장소도 도쿄(東京)가 아닌 과거 일본의 중심, 교토(京都)로 잡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회담 장소를 유서깊은 과거의 수도로 잡은 것은 부시 대통령이 아시아를 '편하고 가깝게' 여긴다는 것을 과시하는 상징적인 조치"라며 "이를 통해 이들 국가와의 친밀한 관계를 과시하고 이를 외교 업적으로 부각시키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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