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성인병-윤방부<연세대 가정의학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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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피가 나오지 않을 곳에서 피가 나온다는 현상은 의학적으로 심각한 증세의 하나로 본다.
특히 비뇨기계통의 출혈은 가볍게 넘겨서는 안될 증상의 하나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은 자칫 암 등 돌이킬 수 없는 병의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혈뇨는 비뇨기계통의 질환을 가진 환자의 20%에서, 또 비뇨기계통의 응급질환을 가진 환자의 15%에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물론 비뇨기계통의 아무런 이상 없이도 소변이 피 빛깔을 띠는 경우도 있다. 예를들면 아조계통의 색소가 들어 있는 약(피리리움 등), 또는 음식을 먹었을 때도 피 빛깔의 소변이 나온다.
혈뇨란 육안으로 불수 있는 것 말고도 소변이 피 색은 아니나 현미경으로 봐서 적혈구가나오면 혈뇨라고 한다. 또 통증과 함께 나타나는 혈뇨가 있고, 통증이 없이 나타나는 혈뇨도있으며, 단백뇨와 함께 나타나는 혈뇨가 있고, 단백뇨와는 무관하게 나타나는 혈뇨도 있다.
혈뇨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닮은 것이 급성 방광염으로 이 병은 비교적 치료가 잘 되는 병이다. 그러나 중년기 이후의 혈뇨는 소위 비뇨기 계통의 각종 염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혈뇨가 있으면서, 소변 볼 때 아프고, 소변 보는 횟수가 잦고, 급하며, 치골 윗 부분이 아프면 방광염을 의심하게 된다.
이럴때는 물론 결핵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한 통증과 함께 혈뇨가 있으면 신결석이나 신장 경색증이 있는 증거이며 선천성으로 혈액응고기전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또한 혈뇨를 보이는 수가 있다.
성행위가 증가하며, 회음부가 아프고, 소변 볼 때 아프며, 소변의 끝 줄기에 피가 섞여 나오면 전립선염을 의심하게 된다. 또 콩팥의 선천성 기형 등도 혈뇨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혈뇨가 언제 나타나느냐, 즉 소변을 보기 시작할 때 나타나느냐. 아니냐에 따라 피가 나오게 되는 고장난 부위를 짐작할 수 있다.
소변을 시작할 때 나타나면 대개 세뇨관·방광 경부 등에 원인이 있고 소변이 끝날 때 나타나면 방광과 요도가 원인부위로 의심된다.
위에서 말한 모든 질병이 아닌데도 혈뇨가 계속되면 비뇨기계통의 양성 혹은 악성종양을 의심하여 면밀한 검사가 필요하게 된다. 방광암인 경우에는 흔히 다른 증세보다 통증 없는 혈뇨가 많아 방광암 환자의 80%가 무통 혈뇨를 보인다.
결론적으로 혈뇨(음식·약 때문이 아니고 또한 농축된 뇨가 아닌 확실한 혈뇨인 경우), 특히 중년기의 혈뇨는 간과해서 안 되는 위험한 증상이다. 그 중에는 조기발견을 요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소변이 빨갛다고 생각되면 우선 단순한 소변검사를 통하여 혈뇨인지 아닌지를 가린 후에 혈뇨임이 판정되면 더욱 정밀한 검사를 해보아야 한다. 즉 혈액검사·간기능 검사·신장특수 촬영·방광경 검사, 필요하면 더 나아가 동맥촬영·초음파 검사까지도 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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