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입국장에 면세점 추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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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의 면세점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출국장에만 있는 면세점을 입국장에도 설치해 귀국하는 여행객들이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적극 추진 중이다. 하지만 관세청.법무부 및 항공사들은 외화 낭비와 입국장 혼잡으로 이어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여론몰이 나선 공항공사=공항공사는 민주당 임종석 의원이 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의 임시국회(6월) 상정을 앞두고 여론조성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4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내국인 2천1백6명에 대한 설문 조사를 벌여 90% 이상의 찬성을 받았다. 또 지난 16일 해외 공항 사례 조사를 위해 조사단을 파견했다.

24일 이들이 귀국하는 대로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여론 조성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공사 측이 내세우는 명분은 이용객들의 쇼핑 편의시설 확충이다. 공사 측 관계자는 "입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하면 여행객들이 국내에 들어와 쇼핑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외국공항에서 면세점을 들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공사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 참여한 김우진(34)씨도 "출국하면서 구입한 물품을 여행하는 동안 들고다니기가 너무 불편했다"며 "입국하면서 물건을 살 수 있다면 이런 불편이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공항공사가 가장 의식하고 있는 것은 임대료 수입이라는 지적이 많다. 공사 측의 한 관계자는 "현재 여객터미널 상업시설 1백90여곳 중 가장 손님이 몰리는 곳이 출국장 면세점"이라며 "입국장에도 면세점을 설치하면 한해 1백50억~2백억원대의 안정적인 임대료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만찮은 반대 목소리=입국장 면세점에 반대하는 쪽은 외화 낭비와 공항기능 위축을 걱정하고 있다. 출입국관리소의 한 관계자는 "입국장에 면세점이 생기면 혼잡이 불가피해 입국 수속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며 "외국인들에게까지 피해를 줘 한국의 첫 인상이 나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세관 관계자는 "여행객들의 입국장 면세점 이용이 증가할수록 외화 낭비와 유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면세점에서 판매되는 술이나 담배.화장품.초콜릿 등이 대부분 외제이므로 면세품 판매 증가는 결국 외화 유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항공사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공사 측이 눈 앞의 임대 수입만 노리다가 국제적으로 불편한 공항이라는 오명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도 실리 탓?=공사 측은 입국장 면세점에 반대하는 쪽도 명분이나 여행객들의 편의보다 실리를 먼저 따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항공사들은 입국장 면세점에 손님을 빼앗겨 한 해 1천5백억원에 달하는 기내 면세품 판매가 위축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세관도 여행객의 휴대품 반입 검사에 시간이 더 걸리고 면세품 구입 총액이 4백달러를 초과하는 민원인들과의 마찰이 증가할 것을 걱정해 반대한다는 것이 공사 측의 설명이다.

◆해외에선=확실한 자료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항공사 측은 "여객 편의를 중시하는 일본.미국.스위스 등 관광대국도 입국장 면세점이 없다"며 "더구나 내국인 판매를 주목적으로 운영하는 국가는 사실상 전무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공사 측은 "홍콩.싱가포르.태국.인도네시아 등 주변국들이 대부분 입국장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며 "이들 국가의 입국장 면세점 이용객은 자국인이 70~90%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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