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달린 운동화 부상 잦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몇달을 조르다 얼마 전 생일 선물로 힐링슈즈(발뒤꿈치에 바퀴가 달린 운동화)를 받은 서울 무악초등학교 金모(10)군은 일주일 만에 병원 신세를 졌다. 친구들과 경주하다 학교 담벼락에 부딪쳐 종아리뼈를 다친 것이다. 최근 힐링슈즈가 초등학생 사이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안전사고도 빈발하고 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이달 들어 힐링 관련 초등학생 카페가 10개나 생겼다. 서울 영훈초등학교 심옥령(51.여)교사는 "3학년 이상 어린이 중 40% 정도가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지난 한해 30억원어치의 힐링슈즈가 팔린 것으로 집계했으며, 올해는 10배 이상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 학생은 보호장구를 외면, 부상 위험이 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 신발은 시속 48㎞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이건희(서울 신성초5)군은 "특별히 위험한 것 같지도 않고 귀찮기도 해 보호장비를 안 한다"고 말했다. 권재천(서울 방배초5)군은 무릎의 흉터를 보여주며 "언덕길을 내려오다 작은 돌이 바퀴에 끼여 넘어졌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이민형(10)군은 "대부분 아이들이 무릎이나 팔꿈치를 다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사고가 잦자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교내에서 힐링슈즈 착용을 금지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서울 일원초등학교는 지난 17일 "힐링슈즈를 신고 등교시키지 말라"는 내용의 학부모통신을 발송했다. 학교 관계자는 "힐링슈즈를 신고 계단을 오르던 학생이 넘어져 다치는 등 사고가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 언주.개일초등학교도 19일부터 생활교육 시간에 내리막길이나 통행이 많은 길에서 힐링슈즈를 신지 말도록 지도하고 있다.

세이프키즈 코리아의 임승지(30) 연구원은 "힐링슈즈는 급정지할 경우 넘어지기 쉬워 헬멧이나 보호대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며, 비오는 날이나 사람.차량통행이 많은 공공장소에서는 타지 말도록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이날 "최근 바퀴 달린 운동화 때문에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소비자 안전 경보를 내렸다.

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