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성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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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충남 대전시 동구 회덕2동(중리동). 행정구역상으로는「시」에 속하지만 시골의 옛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대전시의 외곽지역. 은진송씨 대종가가 26대에 걸쳐 순수혈통을 이어오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입향조는는 쌍청당 송유·그는 조선초 호실위부사정(정7품)을 지내다 왕자의 난 등으로 조정이 어지럽자 벼슬을 버리고 낙향했다. 마을 전체 1백여호 중 70여호 4백여명이 몽땅 그의 후손들. 우리나라 은진송씨가 모두 이 마을에 뿌리를 두고있다.
중리동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송유의 어머니인 고흥 유씨의 정절을 빼놓을 수 없다.
고려말엽, 유씨부인은 남편 송극기(진사)와 함께 당시 서울인 개성에서 살았다. 그녀의 나이 스무살 되던해, 남편은 외아들 유를 남기고 세상을 떴다. 유씨부인의 친정에서는 딸이 꽃다운 나이에 과부가 되자 서둘러 개가를 종용했다. 그러나 그녀는 온갖 유혹을 부리치고 어린 아들 유를 업고 남편 선조들의 고향인 회덕 땅으로 낙향, 수절했다.
개성에서 회덕 까지는 5백여리길. 그녀는 사흘 밤 사흘 낮을 걸어서 중리동에 안착했는데 밤마다 범이 나타나 길을 안내해줬다고 전한다.
중리동 1번지 「원일일당」은 송유가 어머니 유씨를 모시고 살았던 5백년역사의 대종가. 현재는 26대종손 송교진씨(25)가 혈통을 잇고 있다. 종가집 문 앞 7마지기 옥답은 당시 유씨부인이 길쌈으로 장만한 것이라 한다. 그 후 종손이 계속해 이 논을 물려받아 경작하고 있으며 매년 음력 3월10일이면 이 논에서 난 쌀로 제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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