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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의 교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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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로마교황 「비오」12세(1939∼58년 재위)시절의 일이다. 무신논적전체주의 국가의 포정을 비판하는 「비오」12세에게 「스탈린」은 포언을 서슴지 않았다.
『바티칸엔 도대체 무장한 군대가 몇사단이나 있는가?』
인구 7백50명, 무장한 군대라고는 창을 든 30명의 근위대뿐인 바티칸시국.
그러나 「스탈린」의 말을 전해들은 「비오」12세는 조용히 말했다. 『우리군대는 모두 하늘에 있다.』
이 지구에서 가장 작은 나라의 원수 「요한·바오로」2세가 세계의 가강 강한 인물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8억 세계 가톨릭신자들의 정신세계에 가장 깊은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으며, 「평화의 사도」로서 그 누구보다 가장 신망 있는 음성으로 평화를 외칠수 있다.
1978년 10월, 교황에 취임한 그는 역대 어느 교황보다 많은 예외와 일화와 인간의 면모률 보여 주었다.
로마 가톨릭의 오랜 역사를 통해 이탈리아사람 아닌 외국인으로, 더구나 공산국 출신으로 교황에 선출된 최초의 인물이다. 그는 폴란드 출신의 추기경이었다.
아마 반나의 속인적 모습을 볼수 있었던 최초의 교황인 것도 인상적이다. 1939년 폴란드의 한 화학공장 채석장 인부였던 시절 그의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아직도 남아 있다. 그무렵 「카를·보이티야」(세속명)청년은 대학을 그만 두고 막일을 했었다. 그만큼 인간적인 「그리스도의 대리자」라는 얘기다.
철학도, 문학도, 스키와 커누를 즐기는 스포츠맨, 6편의 희곡작품을 남긴 극작가, 연극배우.
전력이 이처렴 다양하고 화려한 교황도 없었을 것이다. 그는 교황이 되고 나서 별장에 새로 풀장을 만들었다. 호화 취미같지만 그의 유머를 들어보자.
『새 교황을 선출하는 비용보다는 훨씬 적게 들였다.』
재임 5년동안 벌써 세계 35개국을 순방한 것만 봐도 그의 활동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올해 63세다.
공산국을 두차례나 방문한 교황도 일찌기 없었다. 그는 공산압제에 눌려 있는 고국 폴란드의 국민들을 찾아가 복음적 용기와 희망을 주었다. 공산압제자 「야루젤스키」와 악수를 나눈 손으로 그는 자유노조운동가 「바웬사」를 힘차게 끌어안았다. 그의 정치적 포용력을 엿볼 수 있다.
「요한·바오로」2세에게 또 다른 예외가 있다면 한국에 가장 많은것을 베푼 교황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1백3인의 순교자를 무더기로 성인의 품에 올려주었으며 명년엔 한국에 친행까지 한다.
평화와 사랑과 믿음, 소망이 그어느 곳보다 절실한, 올곳에 오는 것이다. 김수환추기경이 그것을 『역사적 사건』으로 표현하는 뜻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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