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농구도 LA행 가물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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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홍콩=이민우 특파원】11초의 미스터리였다. 한국은 경기종료 11초를 남겨놓고 80-80에서 파울로 얻은 자유투 대신 사이드 공격을 선택했으나 실패, 결국 연장전에 들어가 93-88로 패하고 말았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감독의 어처구니없는 작전의 실패로 놓친 것이다.
한국은 24일 제12회 아시아남자 농구선수권 대회 결승리그 첫 경기서 숙적 일본에 패함으로써 LA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는 이번 대회의 우승고지에서 한 발짝 멀어졌다.
한국은 26일 대중공전, 28일 대쿠웨이트전서 모두 이겨야만 최종결승전에 나갈 수 있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경기가 끝난 뒤 일본의 「이시까와」 단장은 『우리 선수가 이충희에게 파울을 범하는 순간 패배를 각오했었다. 이선수는 특히 슛이 뛰어나므로 미스할 확률도 적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 순간 눈을 의심했다』고 그 당시의 순간을 말했다.
반면에 방렬 감독은 『웬일인지 11초가 길게 느껴졌다. 이때 반 골 혹은 한 골을 지고있었다면 자유투를, 이기고 있었다면 사이드 공격을 주저 없이 지시했을 것이다. 그러나 동점이라서 생각 끝에 6초 동안 볼을 돌리다 5초전 드라이브 인을 시도하도록 했으나 아깝게 이충희의 라인 터치가 나왔다』고 말했다.
이충희가 만약 자유투에 실패할 경우에는 역습으로 역전당할 수도 있어 사이드 공격을 택해 팀파울에 걸려 있는 일본으로부터 파울을 유발할 수 있어서 안전운행을 하기위한 작전이었으나 결과적으로 게임을 망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이날 한국은 후반 들어 동점을 허용했으나 한 번도 뒤지지않는 좋은 경기를 했다. 그러나 후반종료 1분37초를 남겨놓고 80-78의 리드에서 신동찬이 자유투를 모두 실패하고 「오까야마」에게 골밑슛을 허용한 뒤 1분 17초 전 신동찬이 또 워킹반칙을 범해 경기를 그르쳤다.
또 임정명과 박수규가 이에 앞서 후반 8분과 12분에 각각 5반칙으로 퇴장당한 것이 전력의 차질을 밎었다.
특히 한국은 2m26cm의 장신 「오까야마」(10득점)를 봉쇄하는데는 성공했으나 키가 큰「기따하라」(24득점)는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우수미」(26득점, 1m82cm)의 외곽슛을 봉쇄 못한것도 패인의 하나였다.
한국은 이충희(27득점), 신동찬(20득점), 박수교(16득점)의 활약으로 후반 8분께 62-56으로 앞서면서 주도권을 잡았으나 이 승부의 고비에서 과감한 속공대신 늦은 공격으로 공격리듬이 끊어지는 등 페이스가 무너지던 일본을 도와주는 격이 되었다.
그러나 이보다도 일본은 「타도 한국」을 목표로 지난 5월부터 6개월 동안 3주간밖에 쉬지 않는 강훈을 쌓았으며 미국의 장기전지훈련과 미국대학팀과 코치의 국내초청 등으로 장신과 많은 경험을 쌓았다는 「이시까와」단장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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