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 검사도 증거 인정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형사사건 피의자의 뇌파를 분석한 자료가 처음으로 법원에 증거로 제출된다. 뇌파분석은 범행에 사용된 도구를 보여주거나, 사건과 관련된 질문을 한 뒤 사람의 뇌파가 어떻게 변하는지 분석해 범죄 혐의를 밝혀내는 첨단 수사기법으로 법원이 이를 증거로 채택할 지 관심이다.

대검찰청 과학수사담당관실의 한 관계자는 "2003년 11월 경남 김해에서 발생한 9세 여자 초등학생의 독극물 살해 사건과 관련, 뇌파분석 수사기법을 활용해 피의자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피의자 기소 때 뇌파분석 자료를 증거물로 법원에 제출해 법원의 판단을 받을 방침"이라고 13일 말했다.

김해경찰서는 숨진 초등학생의 부검 결과 독극물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나오자 용의자들을 상대로 2년 동안 수사를 벌였으나 결정적 증거가 없자 검찰 지휘를 받아 최근 뇌파분석을 실시했다.

한 수사관계자는 "사건 주변 인물 등을 상대로 피해자 부검에서 나온 독극물 종류와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피묻은 컵 등을 보여주고 그 순간 변하는 뇌파 파동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뇌파분석 기법은 자신에게 친숙한 물건.그림.소리 등을 접할 경우 0.3초 뒤 뇌파가 급변하는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살인 등 강력사건 수사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독극물 살인 사건의 경우, 해당 독극물이나 용기를 혐의자에게 보여줄 경우 뇌파가 급격히 증가하고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그래프가 크게 변한다"며 "분석의 정확도는 95~98%라는 게 학계의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대검은 '마이크로 익스프레션(미세 표정 분석)' 수사 기법의 도입도 적극 검토 중이다. 조사 대상자에게 사건 관련 연상물을 보여주거나 수사관이 질문하는 순간 1~2초 사이 변하는 얼굴의 미세한 표정을 촬영, 범죄자를 찾아내는 수사 기법이다.

과학수사 전문가들은 "범죄와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 순간적인 얼굴근육의 변화를 통해 진술의 진실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수사기관은 이미 특정 진술 때 나타나는 혈압.맥박.호흡 등 심리적.생리적 반응과 변화를 분석해 진술의 사실 여부를 가리는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해 오고 있다. 대법원은 21~24일 사법연수원에서 전국 판사 36명이 참여하는 세미나를 열어 과학수사 기법을 통해 확보한 자료들을 유.무죄 판단의 증거로 채택할지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