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마의 재판을 보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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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버마아웅산묘소 암살폭파사건에 대한 공판이 진행되고있다. 이 공판은 물론 세계적인 관심속에 진행되는 것이지만 특히 버마·한국·북한3자의 관심이 유별난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버마는 사건이난 장소의 주인공이며 모 피해당사국으로 재판을 집행하는 입장이니만큼 엄격한 주의와 관심을 집중하고있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역시 피해당사자이다.
북한은 범행당사자인만큼 공판의 진행에 따라 드러나는 사건전모에 예민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공판의 시작과 더불 전해오는 랭군으로부터의 보도들에 접하고, 우리국민들이 느끼며 생각하게되는 것이 유례없이 심각한것도 또한 당연하다.
우선 가장 분명해진 것이 북괴의 범죄가 매우 계획적이며 조직적이였다는 사실이다.
버마암살폭파사건의 버마정부조사위원인 버마경찰국장의 법정증언에 의하면 범인들은 북괴정찰국소속 특공대장교로서 3인조로 구성됐으며 북괴군장성의 지령에 따라 버마에 와서 랭군주재 북괴대사관의 현지안내에 의해범행한 것이 확인되었다.
그 사실은 남북분단의 현실에서 한국전쟁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지속되고 있는 오늘의 현실을 설명하는 단적인 증거가 되고 있다.
그것은 명백히 북한정권의 호전성과 부도덕성을 폭로하는 증거일뿐 아니라 그들의 단념할줄 모르는 침로의도를 공개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진다.
마땅히 그것은 한국 전체국민의 현실인식을 다시금 새롭게 해준다.
그러나 이 사건공판 보도를 보며 또 다른 감상도 느낀다.
그것은 저들이 범행 이틀전날밤 아웅산묘소에 잠입해서 폭탄을 장치하는데 아무 어려움이 없었으며 그후에도 폭탄이 적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사건이후는 물론 공판과정조차 우리한국기자들이 취재·보도하지 못하고 있는현실이다.
보도되는 내용은 오로지 외신과 외무부를 통해 전해지는 제한된 내용뿐이다. 국민들의 궁금증은 더윽 깊어질 뿐이다.
그것은 단적으로 버마당국이 한국기자의 입국과 접근을 불허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혹은 신변안전을 보장할수 없기때문이며 혹은 사건을 당사국의 추호의 영향없이 처리한다는 그들 방식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사건의 피해당사자인 우리로서는 기왕 테러범의 정체가 밝혀졌고 그로해서 버마가 북한과 단교하고 국가승인마저 취소한 마당에 또 재판과정을 제3국 외교관과 기자들에겐 공개하면서 유독 한국기자만 제외하는데 대해 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우리는 버마당국이 오직 진실만을 추구하는 공정한 재판을 수행하리라고 믿으며, 역세적으로 말하면 그럴수록 용관성이 유지되도록 노력하리라고 자위는 하지만 한국기자의 방청불허자체는 형평을 잃은 처사임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아울러 우리외교당국이 사전에 버마당국과 우리기자의 취재권행사를 위해 어떤 절충을 벌였는지 국민에게 납득할만한 설명이 있어야할 것이다.
앞으로 재판과정은 4단계에 걸쳐 2주일안에 끝나리라고 한다. 또 유죄가 인정되면 고등법원과 최고법원까지 3심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북괴의 범행은 더욱 분명히 되고 그들의 유죄성은 만천하에 드러나겠지만 우리국민은 먼 발치에서나마 그런 과정을 예의주시하고있옴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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