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훈련, 복근 생겼어요" … 김효주, LPGA 첫 출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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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가 26일 LPGA투어에 데뷔한다. 선글라스를 끼고 샷을 가다듬고 있는 김효주. [사진 마니아리포트]

“정말로, 정말로 아주 많이 그리고 열심히 했어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네 번째 대회인 혼다 LPGA 타일랜드 개막을 이틀 앞둔 24일.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효주(20·롯데)의 말투엔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26일 태국 촌부리 시암골프장에서 개막하는 이번 대회는 김효주의 LPGA 투어 공식 데뷔전이다. 태국에 머물고 있는 김효주로부터 세계 최고의 무대에 나서는 각오를 들어봤다. 김효주는 지난해 메이저 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 초청 선수로 출전해 우승하면서 LPGA 투어 풀 시드를 받았다.

 김효주는 평소 지나치게 겸손하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말을 조심하는 편이다. 그러나 동계 훈련의 성과에 대해 묻자 “정말로”와 “아주”라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김효주는 “그 어느 해보다 샷과 체력 훈련을 많이 했다. 너무 무리해 근육통에 시달릴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효주는 지난 1월 11일 태국 카오야이로 출국해 40여일간 지옥 훈련을 했다. 오전 6시에 골프장으로 출발해 18홀 라운드를 했고, 오후 2시 30분부터 저녁까지는 샷과 숏게임 연습으로 시간을 보냈다. 저녁 식사를 한 뒤에는 체력 훈련과 빈스윙 연습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덕분에 홀쭉했던 몸에 근육이 붙어 탄탄해졌고, 배에는 ‘ㅡ’자 모양의 복근이 생겼다. 김효주는 “동계 훈련 초반엔 샷에, 후반엔 숏게임에 중점을 뒀다. 체력 훈련은 매일 했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힘들었지만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배 양쪽에 주머니 두 개 모양의 복근(투팩)이 생겨 뿌듯했다”고 말했다.

 근육량이 늘어나면서 샷 거리도 늘었다. 김효주는 지난해 국내 투어에서 평균 256.4야드(21위)의 드라이브 샷 거리를 기록했다. 올 시즌 LPGA 투어 2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그러나 거리가 늘면서 많게는 한 클럽 정도 짧은 클럽을 잡게 됐다. 김효주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샷 거리가 늘었다. 아이언은 반 클럽, 우드는 한 클럽 정도 더 나간다. 아무래도 스윙을 하기가 더 편해졌다”고 말했다.

 더 큰 변화는 시력 교정 수술(라섹)을 한 뒤 새 시즌을 맞는 것이다. 김효주는 지난해까지 콘택트렌즈를 끼고 대회에 출전했다. 안경을 벗으면 대강의 형체만 보일 정도로 시력이 나빴다. 그러나 라섹 수술을 한 뒤엔 땅바닥에 기어다니는 개미가 보일 만큼 시력이 좋아졌다. 김효주는 “콘택트렌즈를 꼈을 때보다 훨씬 더 잘 보인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김효주의 현재 컨디션은 80% 정도다. 김효주는 “숏게임, 체력 등 모든 부문에서 만족스러울 만큼 준비가 끝났다. 그러나 아직도 LPGA 투어에 데뷔하는 것은 얼떨떨하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올시즌 LPGA투어엔 한국선수들의 돌풍이 거세다. 개막전인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최나연(28·SK텔레콤)이 우승을 차지했고, 지난 9일 끝난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선 신인 김세영(22·미래에셋)이 정상에 올랐다. 김효주는 “선배들의 우승이 좋은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언니들에게 우승 축하 메세지를 보냈다. 언니들이 했으니까 나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고, 꼭 우승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우승은 좀 늦어져도 괜찮다. 골프는 나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세계랭킹 8위 김효주는 올시즌 LPGA 신인왕 타이틀을 놓고 김세영·장하나(23·BC카드) 등과 치열한 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김효주는 돌부처처럼 느긋하다. 김효주는 “우승이나 신인왕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한 시즌을 좋은 컨디션으로 완주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J골프가 혼다 LPGA 타일랜드 전 라운드를 매일 오후 3시부터 생중계한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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