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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행장에 조용병 내정 … 조직 안정 택한 신한은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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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차기 신한은행장에 조용병(58·사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이 내정됐다. 신한금융지주는 24일 오후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어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올 초 건강 악화로 연임이 어려워진 서진원(64) 행장 후임이다. 김형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 이성락 신한생명 사장 등 4인이 최종 경합을 벌인 끝에 조 내정자가 낙점을 받았다. 조 내정자는 추천 직후 서울 남대문로 신한은행 본점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은행 수익성 유지, 새로운 경쟁력 제고, 글로벌 진출 등 주요 과제들을 중점적으로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조 내정자는 대전고, 고려대를 졸업했다. 서 행장에 이어 고대 출신 행장이 연속으로 발탁됐다. 1984년 입행 이후 인사·전략·영업·해외지점 등을 두루 거치며 줄곧 은행에 몸담은 ‘정통 신한맨’이다. 인사부장, 기획부장, 경영지원그룹 전무를 지내 내부 사정에 밝다. 1992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5년간 뉴욕지점에 근무해 글로벌 영업 전문가로 분류된다. 내부에서는 편안한 ‘덕장(德將)’이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뉴욕지점장 시절 고국 소년소녀가장들을 위한 후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회사 안팎에서 축구·농구·마라톤을 꾸준히 즐겨온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그는 주변에 종종 “스트레스를 감내할 힘을 기르기 위해 운동을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행장으로 뽑힌 배경에는 3년째 투자회사를 이끈 경험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조 내정자는 2013년 1월부터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자경위는 추천 직후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조 내정자의 자산운용회사 경험과 글로벌 사업 추진 경험이 은행의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0년 ‘신한사태’의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한동우(67) 신한금융 회장의 의지도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불거진 라응찬 전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의 갈등은 이후 두 사람에 대한 검찰 조사로 이어지며 신한금융의 강점인 결집력을 해쳐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5년이 지나서까지 아물지 않은 상처를 한 회장이 이번 행장 선임을 통해 극복하려 했다는 것이다. 한 회장은 지난 20일 일본 도쿄에서 재일교포 주주단을 만나 양측 어디에도 치우지지 않은 조 내정자를 추천하겠다는 뜻을 피력해 양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금융 한 관계자는 “시끄러운 걸 싫어하는 한 회장 성격상 ‘편들기 인사’ 논란을 피하며 조직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조용병 카드가 매력적이었을 것”이라며 “전임 라 회장의 입김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 내정자의 임기는 2년이다. 임기가 끝나는 2017년 3월은 한 회장의 임기 만료 시점이기도 하다. 신한금융이 회장의 나이를 70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 때 69세가 되는 한 회장은 3연임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조 내정자가 행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경우 ‘포스트 한동우’의 대표주자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은행권 전체로는 ‘50대 은행장’이 대세가 됐다. 조 내정자는 전임 행장보다 6살 어리다. 우리은행 이광구(58)행장과 하나은행 김병호(54) 행장에 이어 5대 시중은행(신한, KB, 우리, 하나, 농협) 행장 중 3명이 50대다. KB금융 회장을 겸임하는 윤종규 국민은행장과 김주하 농협은행장은 만 60세로 동갑이다.

 차기 신한은행장은 25일 은행 이사회와 다음달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서 행장 임기 종료 시점(3월 27일)까지는 형식상 현 임영진 직무대행 체제가 유지된다. 신한금융투자·신한캐피탈을 이끌 새 사장은 다음달 자경위에서 결정된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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