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친박 이혜훈, 박 대통령 경제인식 비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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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원조친박’ 이혜훈 전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인식을 비판했다. 17ㆍ18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 전 의원은 2004년부터 박 대통령의 곁을 지켜온 원조친박으로 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2012년 총선 당시 종합상황실장을 맡아 총선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그해말 대선 이후엔 대통령과 거리를 둬 왔다. 경제학 박사 출신의 경제전문가인 이 전 의원은 지금껏 공개적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왔지만 2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박 대통령의 경제인식와 경제정책 전반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 당시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경제민주화’의 실천을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전날 박 대통령이 부동산 3법 처리를 ‘퉁퉁불은 국수’에 비유하며 국회의 늑장처리를 비판한 데 대해 “그런 인식은 ‘부동산 3법이 경제를 살리는 묘약’이란 전제를 깐 것인데 그렇게 보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부동산 3법이 통과되면 초기에 매매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고 부동산 경기와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를 하지만 건설 경기가 전체 경기를 끌고 가는 시대는 이미 아니다”라며 “이런 방식으로 경제가 살아나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동한 3법은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굉장히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의원은 대통령의 국회 비판 발언에 대해선 “부동산 3법이 경제를 살리는 묘약이고, 이 묘약을 국회가 늑장처리해 약효가 떨어졌다는 두 가지 주장을 내포한 것”이라며 “부동산 3법이 경제를 살리는 묘약이라는 데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 상황에서의 가장 큰 경제 문제를 ‘내수 부진’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내수를 살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방안으로 ‘경제민주화’를 들었다. 이 전 의원은 “지금은 낙수효과가 실종돼 수출 대기업이 아무리 돈을 벌어놔도 중소기업이나 근로자, 소상공인에게로 흘러가지 않는다”며 “이 물이 제대로 흘러가게 하려면 경제보일러 공사에 해당하는 경제민주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일러가 고장 난 상태에서 아무리 불을 때도 아랫목은 절절 끓지만 윗목은 냉골”이라며 “이럴 때 제일 중요한 건 보일러 공사를 해서 아랫목의 온기가 윗목으로 갈 수 있게 뚫어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말과 올초 각종 경제정책이 혼선을 빚은 데 대해선 “참모들이 대통령께 정확한 보고를 드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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