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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주식 직접투자 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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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40대 주부 A씨는 집안 일이 끝난 오후 10시쯤이면 TV연속극을 보지 않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평소 낮시간에도 CNN이나 인터넷상의 외신을 꼼꼼히 살피는 A씨는 미국 주식에 1억여원을 투자하고 있다.

외국계 반도체회사에 다니는 남편을 통해 얻은 업계정보와 자신의 국내 주식거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주식에 투자해 꽤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A씨는 "국내주식 투자에서 본 손해를 미국에서 만회했다"며 "미국 주식은 한달 이상만 쥐고 있어도 국내 주식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수출업체에 다니는 B씨(34)는 자기 회사의 물건을 구입하는 미국 회사의 주식에 투자했다.

B씨는 지난해 5월 1만달러로 온라인 직접투자를 시작한 지 꼭 1년 만에 수수료를 제외하고 30%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그 10배를 투자한 국내 증시에선 같은 기간에 10%가량 손해를 봤다.

국내 증시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주식, 특히 미국 주식에 관심을 돌리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의 개인투자자들이 해외증권에 직접 투자한 금액은 2000년 3천3백58억원에서 올 1분기 말 현재 8천5백66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증시 관계자들은 이중 대부분이 미국 시장에 투자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방법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나뉜다. LG.대우 등 대부분의 증권사는 고객들로부터 전화주문을 받아 현지 법인이나 현지 증권사를 통해 주문을 낸다.

이들 증권사에서의 해외주식 거래는 최소투자금(5천만원 이상)과 수수료(1백달러 이상)가 큰 데다 실시간 거래 시스템이 없어 대부분의 고객이 장기투자자들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실시간으로 미국 주식 투자가 가능한 회사는 리딩투자증권이다. 지난해 5월 도입된 아메리카 홈트레이딩 시스템(AHTS)은 당시 50계좌, 40만달러 규모로 시작했으나 현재 고객 6백명에 예탁금 6백만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미국 주식에 투자하던 이들은 환차익을 노린 '큰손'이나 외국계 회사 직원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처럼 실시간 투자가 가능해지고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도 늘어나면서 순수 투자목적의 소액 투자자들도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부터 미국 주식에 2만달러 가량을 투자하고 있는 리딩증권 고객 C씨(33.여)는 "처음엔 국내 투자에 도움이 될까 해서 나스닥지수 선물에 관심을 가지다 직접 투자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C씨는 "미국 증시의 경우 상.하한가 제도가 없어 불안할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훨씬 더 안정적인 양상을 띠고 있어 수익률은 국내보다 높다"고 덧붙였다.

미국 주식 투자에는 유의할 점도 있다. 리딩투자증권의 윤석부 과장은 "한국에서는 무료인 AHTS를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하고 거래수수료가 아직도 국내보다는 높다"고 지적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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