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속품수집·보존대책 시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민속박물관의 확장과 중요민속품의 수집·정리·보존대책강화가 시급하다.
특히 민속품은 민중문화의 얼을 담은 문학기층의 유산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문화재적 가치와 인식을 가져야할것같다. 구미선진국의 경우 이같은 민속문화재의 인식은 오래전부터 「민족긍지」의 하나로 깊은 뿌리를 내렸다.
조상들의 손때가 더덕더덕한 머리빗하나, 통나무 움막집에서 불을 지피헌 나무부젓가락하나까지도 민속박물관에 소중히 보관, 전시하는게 구미각국의 민속보존실태다.
한국도 갖가지 문학공간확충이 80년대의 국가적 중요문화정책과제로 부상, 나 름대로의 계획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정부및 민간차원의 새로운 문화시설 건립에도 민속관계 분야는 소홀하기만하다. 뿐만아니라 많은 고가구나 민속생활용품들이 별다른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채 골동시장에나와 돌며, 음식점·술집등의 장식품으로 말려나가기 일쑤다.
조상들의 원시적인 순록가죽 이부자리가 너절하게 깔려있는 북구 노르웨이의 오슬로 민속박물관의 옛침실- 빗살이 수없이 빠져자간 옛 나무 머리빗등을 가지런히 정돈, 진열했고, 낡은 가죽신이 진열장안의 붉은 카피트위에 놓여있다.
오슬로 바이킹선박박물관에는 옛 바이킹들이 배안을 묘지로 삼았던 거친 통나무 무덤의 일부가 삭아 없어진대로 전시돼있다. 거칠고 둔탁한 갖가지목기들도 훼손된 흠집이 그대로 잘 진열돼 있다.
한국같으면 민속박물관은 물론 음식점 장식품으로서까지도 괄시(?)를받고 팽개쳐질 민속품들이 적지않았다. 스웨덴관광객의 인기관광코스인 스톡홀름의 바사박물관-
3백50여년전 침몰했던 전선바사호를 바닷속서 인양, 전시해놓은게 이 박물관의 진열품 전부다. 세계적인 선박박물관의하나로 각광을 받는 바사박물관이지만 외형적인 시설이나 장식이 전혀없다.
스톡홀름 민속박물관도 노르웨이의 민속박물관들과 마찬가지로 숨김없는 옛조상들의 생활용품들이 가득히 전시돼 있다.
한마디로 이들 배구의민속박물관에 전시된 민속품중에는 상당부분이 한국같으면 골동품 시장의「섭치」(찌꺼기 골동품)로 취급될것이 적지 않았다. 북구각국의 문화공간에서 민속박물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막강하다.
이같은 민속박물관의 문화공간점유비중은 독일등의다른 유럽국가나 미국등에서도 비슷한현상이다.
물론 이같은 바이킹의민속문화재 중시를 한마디로 「찬란한 옛문화가없기때문」이라고 낮추어보는경우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문화재나 고미술품이라면 왕실유불, 사대부집안의 전세품등만을 눈여겨보고 서민대중의 민예품은 얕보는 인식을 올바른 생각으로 받아들일수만은 없다
한국의 민속박물관 실태와 민속문화재 보존상황을 돌아보면 상당한 문제점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현재 국가가 지정, 보호하고있는 「중요민속자료」는 모두 1백21점 총지정문화재 1천7백71점중의 민속문화재비율은 10%에도 훨씬 미달된다. 시설로는 서울경복궁국립민속박물관이 유일한 정부 문화공간인 정도-.
물론 제주자연사박물관(78∼84년), 안동민속박물관(81∼85년)등이 공립문화공간으로 건립중이다. 사설로는 온양·제주민속박물관과 용인민속촌등을 손꼽을수 있을정도다.
정부가 80년대 문화시설확충으로 추진중인 주요사업은 예술의전당(84∼87년·서울서초동우면산일대 ), 중앙박물관 중앙청이전(82∼86년), 현대미술관(83∼86년 경기도과천 남서울대공원 ), 국악당건립(84∼85년·서울서초동우면산)등이 있다. 이밖에 진주(80∼83년)청주 (82∼85년) 박물관이 건립중이다.
이같은 많은 국가차원의 새로운 문학공간 확충계획에도 불구하고 민속분야는 악안 읍성정비(민속촌)이외에는 별다른신규시설 계획이없다.
몇해전 계획됐던 서울암사동 선사유적지 복원정비는 지지부진한채 별다른진전이 없다.
앞으로의 문화공간 확장에는 민속분야에 대한보다 주의깊은 배려와민속문학재에 호보존의식 고취가 절실하다. <이은윤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