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포프의 병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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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신장(신장)병, 심장병, 당뇨병, 파킨슨씨병, 선열, 뇌혈관이상, 뇌일혈, 아르메니아병, 폐렴.
이것은「유리·안드로포프」가 지난해 11월12일 소련의 최고 권좌에 오른뒤 오늘까지 끊임없이 그의 신병을 따라다니는 병명들이다. 가장 최신의 병명은 지난달 29일 타스통신과 당대변인이 공식 발표한「심한 감기」.
이런 병명들은 그의 왼손 떨림, 꾸부정한 자세, 목덜미의 붉은 반점, 수척하고 창백한 얼굴, 다리를 끄는듯한 걸음걸이, 오른쪽 눈썹의 일부가 빠져 있는 것, 지독한 약친등을 놓고 서방의 매스컴과 전문의사들이 추측한 것들이다.
미국의 뉴스 위크지는 지난 봄「안드로포프」가 미제 심장박동기(페이스 메이커)를 장치하고 있다는 보도도 한일이 있었다.
그러나 크렘린의 일들 가운데 가장 확실한 것은 그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 있다는 사실뿐이다. 사람들은 그 베일의 작은 구멍에서 새어나오는 조각들을 마치 모자이크처럼 맞추어 겨우 어떤 형상을 짐작한다.
며칠 전엔 러시아정교회에서「안드로포프」의 쾌유를 비는 기도회가 열리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물론 소련 매스컴이다. 공산주의자들이「신에게 무엇을 빈다」는 얘기도 우습지만,「안드로포프」가 그 정도로 병이 깊은가하는「짐작」도 들게 한다.
하지만「짐작」보다 확실한 것은 지난 8월18일 이후 무려 1백일 가까이 씻은듯이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아「심한 감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엊그제는 유럽증권시장에서 그의 사망설까지 떠돌았다.
이제 그 루머는「브레즈네프」의 아들「유리·브레즈네프」(대외무역생차관)가「안드로포프」에게 총학을 가해 중상이라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런던 데일리 익스프레스지의 16일 보도.
이 소문의 근거는「체르넨코」와의 권력암편때「안드로포프」가「브레즈네프」가를 모욕했다는 것이다.「체르넨코」는「브레즈네프」가 그의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총학설도 추측의 범주를 벗어날수 없다. 아무리 크렘린이라지만 그런 총학을 1백일이나 덮어둘 수는 없는 일이다.
정작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소련의 최고 권력자가 와병중일 때는 거의 예외없이 비정상적인 일들이 저질러졌다는 사실이다.
「스탈린」은 병중에 베를린봉쇄와 한국동란을 일으켰고, 「흐루시초프」는 쿠바사태와 국내적으로는 경제정책에 실패했었다. 지난해 11월에 사망한「브레즈네프」는 75년이래 7년 가까이 병치레를 하며 아프가니스탄계략과 폴란드강압을 자행했다.
바로「안드로포프」는 자취를 감춘동안 KAL여객기를 미사일로 격추시켰다. 국가 권력자의 병이 곧 그 나라의 병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야말로 공산주의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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