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큐어 칠할 시간에 환경보호 운동"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퍼트리샤 아켓

아카데미 수상자들이 시상식 직후 기자들과 짧은 인터뷰를 갖는 무대 뒤 인터뷰룸에서는 올해도 다양한 ‘명언’이 쏟아져 나왔다.

 그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인 수상자는 ‘버드맨’이 받은 4개의 상 중 3개 부문의 트로피(작품상·각본상·감독상)를 거머쥔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이었다. 이냐리투 감독은 트로피가 무겁다는 듯 힘겨운 표정으로 장난스레 걸어나와 3개의 상패를 나란히 발 밑에 진열한 채 뿌듯한 얼굴로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이번 수상 결과에 대해 “두려움을 버렸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며 “인생에서 두려움이란 콘돔과도 같다. 벗어 던졌을 때 진짜 즐길 수 있다. 나도 그렇게 해봤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해 기자들을 한바탕 웃게 했다. 이냐리투 감독은 또 “나에게 중요한 것은 ‘커리어’보다는 ‘인생’”이라며 “하루하루를 충만히 아름답게 살고자 할 뿐이다. 앞날은 잘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는 정말 최고”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후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한 메시지를 전해 눈길을 끈 ‘보이후드’의 퍼트리샤 아켓은 인터뷰룸에서도 “여성뿐 아니라 성소수자, 유색인종들에게도 평등한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유명 디자이너의 옷 대신 어린 시절 절친이 손수 만들어 준 드레스를 입었다고 밝힌 아켓은 “오늘 매니큐어를 칠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대신 그 친구와 함께 만든 자선단체에서 환경보호를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며 “앞으로도 수많은 사람을 돕는 일에 헌신하는 게 꿈”이라고 덧붙여 감탄을 자아냈다. 일부 기자들은 ‘브라보’를 외치며 응원의 마음을 보냈다.

 오랜 무명생활을 경험했던 남우조연상 수상자 J K 시먼스(‘위플래쉬’)는 “지방 극단을 전전하며 가난한 배우로 살아갈 때도 있었지만, 돌아보면 마음껏 연기를 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담담히 회상했다. 이번 수상을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내겐 더 많은 기회를 의미할 뿐”이라는, 짤막하지만 나름의 연기 철학이 담긴 대답을 남겼다. 후배 배우들을 위해서도 “ 연기만큼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일이 없다면 정답은 배우의 길뿐”이라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하기도 했다. 

돌비극장(LA)=이경민 기자 lee.rachel@koreadaily.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