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되지 않는, 영원한 힘 … 그대와의 언약에 바치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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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의 철학은 ‘다이아몬드는 정교한 커팅으로 발현되는 광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보석으로 유통되는 다이아몬드의 0.04% 미만이 티파니 다이아몬드로 사용된다. [사진 티파니앤코]

“결혼반지란, 남편과 아내가 늘 함께 할 수 없으니까 아내는 남편을, 남편은 아내를 자기 제일 가까이에 두는 거야. 심장과 연결된 약지 손가락에.”

몇 해 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의 한 장면에서 나온 말이다. 결혼반지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다. 최초의 다이아몬드 결혼반지는 1477년 오스트리아의 막시밀리언 대공이 신부에게 선물한 반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다이아몬드의 세팅은 본연의 광채와 아름다움을 살리지 못한 초보적인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1886년 티파니는 6개의 플래티넘 프롱 세팅을 적용해 다이아몬드를 밴드 위로 분리시켰다. 빛의 투과율과 광채를 극대화시킨 이 방법으로 티파니 세팅이 탄생했다. 티파니는 결혼반지의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는 동시에 다이아몬드 반지로 프러포즈를 하는 전통을 대중화하기 시작했다.

창립자 찰스 루이스 티파니(Charles Lewis Tiffany)는 1837년 뉴욕 로어 브로드웨이에 주얼리하우스 티파니(Tiffany & Co.)를 설립했다. 이후 187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킴벌리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채굴된 287.42캐럿의 팬시 옐로 다이아몬드를 구입해 이듬해 128.54캐럿, 82면의 정교한 쿠션 컷 다이아몬드로 연마했다. ‘티파니 다이아몬드(The Tiffany Diamond)’의 탄생이다.

티파니 다이아몬드는 정교한 커팅으로 발현되는 광채가 가장 중요하다는 티파니의 철학을 담고 있다. 128.54캐럿 티파니 다이아몬드는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에서 오드리 헵번이 목걸이로 착용했다. 1995년 파리 장식 예술 미술관에서 개최된 회고전에선 쟌 슐럼버제가 디자인한 ‘바위 위에 앉은 새(Bird on a Rock)’ 브로치에 사용된다. 여러 번 세팅을 거듭해 지난 2012년엔 티파니 창립 175주년 기념 목걸이로 재탄생했다. 현재 미국 뉴욕 5번가 티파니 플래그십 스토어에 영구 전시돼 있다.

전 세계에서 보석으로 유통되는 다이아몬드의 99.96%가 티파니의 다이아몬드 선별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다. 오직 0.04% 미만의 최상급 다이아몬드만이 티파니 다이아몬드로 사용되는 것이다. 티파니 다이아몬드는 이렇게 최상의 가치와 변치 않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배은나 객원기자

◆다이아몬드 결혼반지=다이아몬드의 어원은 그리스어 ‘아다마스(Adamas)’. ‘정복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기원전 800년께 인도의 강바닥에서 발견돼 무적의 상징물로 쓰였다. 다이아몬드만이 가지고 있다고 믿은 무적의 힘, 둥근 반지의 밴드가 상징하는 영원성이 함께 어울려 결혼의 조화를 나타낸다. 17세기에는 결혼반지를 오늘날처럼 왼쪽 약지에 착용하기 시작했는데 왼쪽 약지의 혈관이 사랑의 상징인 심장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는 낭만적인 전설에서 유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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