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배당주 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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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해가 바뀌어도 배당주 펀드의 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배당주 펀드는 고배당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다. 경기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종목이나 의결권이 없지만 배당은 더 주는 우선주를 주로 담는다. 지난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배당 확대 정책을 펴면서 배당주 펀드의 몸값이 올랐다. 지난해 배당주 펀드에 약 3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2013년에 비해 세배로 불어났다.

 올해 수익률은 연초부터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2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국내 배당주 펀드(48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3.5%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2.2% 오르는 데 그쳤다. 특히 지난해 출시된 새내기 배당주 펀드의 성적표가 돋보인다. 지난해 9월 첫선을 보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배당리더펀드’가 연초 이후 10.3% 수익률을 올리며 1위에 올랐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트러스톤장기고배당펀드’, 유진자산운용의 ‘유진챔피언배당펀드’ 등 신생 펀드도 수익률 상위 10위 안에 올랐다. 이들은 기존 배당주 펀드와 달리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으로 수혜를 입을 ‘신(新)배당주’에 투자하는 펀드다. 민상균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차장은 “종목의 시가총액과 관계없이 철저히 배당 매력도를 따져 투자한다”며 “기존 배당주 펀드가 주로 중소형주에 투자했다면 이 펀드는 최근 배당이 늘고 있는 대형주도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KT&G 같은 전통적인 배당주에 벗어나 새로운 종목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꾸준하게 이익을 내면서 앞으로 배당이 늘어날 가치주가 가장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했다.

 지난해 연말 설정된 6개의 배당주 상장지수펀드(ETF)도 올 들어 평균 4.7% 수익률을 기록했다. 배당주 ETF는 환매수수료가 없어 주식처럼 손쉽게 매매가 가능하며 운용보수가 저렴하다는 게 장점이다. 새내기 ETF 중 삼성자산운용의 ‘삼성KODEX배당성장상장지수’가 올 들어 6.22% 수익률을 올리며 선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TIGER배당성장상장지수’도 6.21%로 바짝 뒤를 쫓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는 올해도 배당주 투자가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저성장·저금리가 지속될수록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배당 확대 가능성이 높은 고배당주에 관심이 높다”면서 “더욱이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으로 앞으로 기업들의 배당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영성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등 시가총액 상위기업의 배당 증가로 지난해 코스피200지수의 배당 규모가 늘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기업소득환류세제가 적용되면 배당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했다.

 배당주 펀드를 고를 때는 장기 수익률도 꼼꼼하게 따질 필요가 있다. 배당주 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을 비교하면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약 43%로 1위에 오른 반면 마이너스 성적을 낸 펀드들도 있기 때문이다. 오 연구원은 “배당주 펀드는 배당주의 낮은 변동성과 배당수익에 초점을 두고 장기적으로 투자를 해야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장기 운용 성과가 뛰어나고 운용사의 운용철학까지 꼼꼼하게 살펴서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염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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