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 사라지고 성수기 오지 않고…

조인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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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일기자] 언제부턴가 부동산 시장에선 비수기니 성수기니 하는 말의 의미가 퇴색하기 시작했다.

당장 지난 1월만 해도 그렇다. 서울시에선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이 6864건으로 지난해 1월보다 24% 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단순히 지난해보다 는 게 아니라, 서울시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2006년 이후 1월 거래량으론 가장 많다.

국토교통부 조사도 마찬가지다. 1월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7만9320건으로 전년 동월(5만1970건) 대비 34.1% 증가했다. 지난해
1월 설 연휴가 포함된 것을 감안해도 최근 3년간 1월 평균 거래량보다도 107.0%나 늘어난 수준이다.

주택 경기 가늠자 사라져

주택 경기가 한창이던 2007년 7만8794건을 넘어 주택거래량 집계를 시작한 2006년 이후 10년 만에 1월 거래량 중 최대치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도 103.2(2013.3=100)로 최고치를 찍었다. 1월은 그동안 계절적 비수기로 여겨왔던 달이다.
겨울방학 이사 수요도 대부분 자리를 잡아 수요가 뜸했던 시기라는 얘기다.

하지만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매매 수요가 겨울방학 이사 수요와는 관계 없이 꾸준히 움직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9·1 대책 이후 주택 시장 활력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고 전세수요의 매매전환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이 영향인지 1월 주택담보대출도 예년에 비해 큰 폭으로 불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은행권 주담대 잔액(모기지론 양도 포함)이
409조4000억원으로 전월보다 2조5000억원 증가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통상 1월에는 추운 날씨 탓에 주택 거래량이 적고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제자리걸음이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증가폭이 1월 기준으로 통계가 집계된 2008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컸다.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아야”

비수기가 사라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신규 분양 시장은 전통적 성수기라 불리는 봄과 가을은 물론 장마·휴가철인 6~8월에도
대거 쏟아지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한파 속에서도 전국에서 아파트가 분양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사실 비수기가 사라진 건 전세난이 가중되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2010년대 들어 전세난이 가중하면서 전통적 성수기라 불리는 방학 이사철
외에도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한 시중은행의 부동산팀장은 “과거엔 방학 이사철을 중심으로 전세나 매매수요가 많이 움직이면서 이른바 ‘성수기’로 불렸지만 지금은 큰 의미가
없다”며 “물수능 영향 등으로 방학 이사 수요가 준 탓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사시사철 주택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이 같은 ‘비수기’ ‘성수기’라는 말이 더욱 무색해질 것 같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건축 이주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세난이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오는 27일 청약제도가 개편되면 청약 수요 급증으로 분양 물량도 크게 늘 전망이다.

신한금융투자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비수기라고 해서 시장 눈치보며 움직일 수 있는 여유가 사라진 셈”이라며 “전셋값이 치솟고 있지만 분위기에
휩쓸리기 보다는 실수요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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