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부인 알 터졌네" … 이야기 입은 농수산물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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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범 삿갓유통 대표가 어민으로부터 돌미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젊은 여자들은 안다!’

 농산물 인터넷쇼핑몰인 삿갓유통을 운영하는 김필범(30) 대표가 2013년 미니 밤호박을 처음 팔면서 내놓은 광고 문구다. 밤호박이 여성의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는데 좋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만든 내용이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출시 한 달 만에 생산자가 한 해 수확한 6700만원 어치의 밤호박을 모두 팔았다. 삿갓유통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최하는 농산물 직거래 콘테스트에서 우수사업 모델로 선정됐다.

 농산물 직거래가 20~30대 청년 창업의 새로운 장이 되고 있다. 재치 있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큰 돈 들이지 않고 직거래 쇼핑몰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어서다. 중간 유통 과정을 확 줄여 가격 거품을 없앴다는 게 큰 장점이다. 합리적인 가격에 양질의 상품을 공급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다.

 최근 소비자 사이에 인기가 많은 청년창업자들의 직거래 쇼핑몰에는 성공 비결이 있다. 우선 스토리를 만들어 농산물을 고급 상품으로 재탄생시켰다. 삿갓유통의 경우 1만4000명의 소비자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40명의 농민이 생산하는 60여 개의 농산물에 이야기를 입혀 상품화한 뒤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게 삿갓유통의 가장 중요한 업무다. ‘꽃게 부인 알 터졌네‘, ‘아름다운 밤이에요’, ‘꽃보다 느타리’와 같은 눈에 쏙 들어오는 광고 문구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민이 직접 소개하는 제품 소개 동영상은 물론 제품 주제가와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었다. 이런 노력으로 지난해 15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필범 대표는 “재미로 시작했는데 농산물의 가치를 높여 팔 수 있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중개수수료를 많이 받지 않는다는 것도 성공한 직거래 쇼핑몰의 공통점이다. 농산물 직거래 콘테스트에서 우수사업 모델로 꼽힌 다른 쇼핑몰인 프레시멘토가 대표적이다. 김상돈(30) 프레시멘토 대표는 기존 직거래 쇼핑몰이 20% 가량의 높은 수수료를 받는 구조를 바꾸고 싶었다. 생산자는 제값을 받고 소비자는 소매점보다 싸게 살 수 있어야 직거래가 의미 있다고 생각해서다. 프레시멘토는 수수료를 기존 업체들의 5분의 1수준인 4%로 확 낮췄다. 이러자 100여 곳의 농가가 생산자로 등록했고 소비자 회원 3000명 이상이 모였다.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하면 무료로 교환·반품해주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김 대표는 “판매자가 착한 경영을 한다고 알려지면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믿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와 aT는 올해도 직거래 콘테스트를 통해 총 12개 사업자를 선정한 뒤 4억8000만원의 마케팅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학생 동아리, 청년 벤처 등을 대상으로 사물인터넷이나 큐레이션커머스(전문가 추천 상품 판매)와 같은 새로운 직거래 형태에 대한 민간 공모전도 실시하기로 했다. 공모전에서 당선된 청년들에게는 실제 사업화에 필요한 창업자금을 제공하고 전문가의 멘토 서비스도 지원한다.

  세종=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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