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차림「레이건」기내돌며 잡담나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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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레이건」미국대통령이 한일 양국 순방길에 오른 8일 아침, 워싱턴의 일기는 가을로서는 쾌적한 섭씨10도의 맑은 날씨였다.
바로 지난날밤 자정에 의사당에서 폭탄이 터진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레이건」대통령의 전용기 미공군 1호기와 기자용 전세기가 대기하고 있던 앤드루즈 공군기지에는 경비가 특히 삼엄했다.
두 비행기에는 밤새 탐조등이 켜져 관계자외는 접근을 못하도록 철저히 경계하고 있었고, 새벽에는 경비견을 데리고 다니며 폭발물을 냄새로 검색시키는 모습이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한 미국기자는『저 개가 멍청한 의사당 경비견은 아니겠지』라고 농담했다.
동경으로 오는 도중「레이건」대통령은 의사당 폭발사건에 대해 침묵을 지켰으나 보좌관들은「레이건」대통령의 평소 견해는 테러행위는 어디서 일어나건 개탄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백악관 참모「에드윈·미즈」씨는『폭발사건이란 한번 일어나면 흉내내는 경향이 있게 마련』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백악관 관리들도 별 관심이 없는듯이 행동했지만 기자들의 관심은 대통령 전용기가 어떤 항로를 따라 비행하느냐는데 많이 쏠렸다. 기타 전세기는 KAL기가 격추당한 R-20항로로 동경에 왔기 때문에 더욱 호기심이 컸다. 이에 대해「래리·스피크스」백악관대변인은 미공군 1호기가 소련 영토로 부터 l백80마일, R-20 항로로부터는 1백20마일 남쪽으로 왔다고 말했다.
미공군전투기가 대통령전용기를 엄호했는데 항공모함이 도중에 배치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에대해 농담조로『그런건 아는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소련에「레이건」대통령의 전용기 항로를 미리 통고했는지에 대해 그는 어떤 항로를 택하든 소련인들은 대통령 전용기의 운항을 정상적인 것으로 간주할것이라고 말했다.
이런분위기로 KAL기사건과 랭군사건의여운도「레이건」대통령의 이번 여행초기부터 관계자들에게 좋든 싫든 연상작용을 일으키고있다.
미의사당 폭발사건으로 여행을 앞둔「레이건」대통령의 마음이 흔들렸다면 첫기착지인 알래스카의 엘멘도프공군기지에서 그런 그림자는 말끔히 가셨다. 그는 거기에서 8천여명의 군인과 시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송을 받았다.
그는 이 기지의 제2호 격납고에 운집한 시민들앞에서 10분동안 연설했는데 4번에 걸쳐 열광적인 기립박수를 받았다.
희색이 만면해진「레이건」대통령은 미리 준비한 연설문에는 없는 농담을 두번이나 했고 옆에 앉은「낸시」여사도 청중들과 함께 웃으면서 박수치는 모습이 보였다.
이자리에는 한국의 알래스카 총영사 황영재씨 부처가 일본총영사와 함께 참석해「레이건」대통령과 함께 연단에 참석했다.
「레이건」대통령은 여행중 참모들이 작성한 한국과 일본관계에 관한 브리핑차트를 읽으면서 보냈다.
앤드루즈 공군기지를 떠난지 3시간쯤 지나 그는 청바지와 흰 셔츠차림으로 기내를 돌며 보좌관들과 잡담을 나누었으나 기자들쪽에는 접근하지 않아 기자들과는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
한 수행참모는「레이건」대통령이 우방과의 이견을 공개적으로 드러내지않는 지금까지의 관례를 이번 여행에서도 적용할것이라고 밝혔다. 그런 방식을 이 관리는『공개적 수사는 적게, 사적외교는 많게』라고 표현했다.
「레이건」대통령은 한일양국 방문중의 바쁜 일정에 무리가 없게하기위해 시차조정을 며칠전부터 해온것으로 알려졌다.
그 방법은 점심식사를 평소보다 늦게 하고 취침을 앞당기며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몸에 익혔었다. 주치의인「루지」박사는 식이요법으로 시차극복을 하도록하는 방법으로 하루는 금식하고 다음날은 실컷 먹고 다시 다음날은 금식하도록 대통령부처뿐 아니라 모든 백악관참모들에게 권고해왔다.「레이건」대통령부처는 금식날 실제로 단식은 하지않았고 간단한 음식만 든것으로 알려졌다.
이번「레이건」대통령의 여행에는 11개국 국적을 가진 2백여명의 기자들이 동행하고 있다. 이중에는 공산권기자는 물론 없고 제3세계 기자로는 유일하게 이란의 이란타임즈기자 「자바드·카크바즈」가 동행한것이 특이하다.
「레이건」대통령의 21번째 외국여행이 되는 이번 한국순방에 가장 많은 기자가 취재에 참가한것은 미국의 NBC-TV다. NBC취재팀은 모두 29명이며 ABC는 26명, CBS는 25명의 기자들이 동행했다.
이들은 대개 이번 여행이 구체적 결과보다는 의식이 중시될것이라는 의견을 표명하면서도 「레이건」대통령이 긴장된 분위기속에서도 비무장지대 바로 앞까지 시찰하는 행사에 큰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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