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스트레스월…가정 대소사로 스트레스 따른 '신체형 장애'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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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중앙포토DB

주부 신모(55·여·울산시 울주군)씨는 설 명절 직후 여느 때처럼 두통에 시달렸다. 큰 집 며느리인 그에게 두통은 지난 20여년간 고질병이다. 올해는 아들 며느리가 새로 들어오면서 신경 쓸 일이 더 늘었다. 신씨는 “위로는 시어머니, 아래로는 며느리까지 양쪽으로 눈치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인 박모(49·여·경기 안양시)씨는 2월부터 3월까지 이어지는 졸업ㆍ입학 시즌이 부담스럽다. 이달 초 작은 딸이 모 사립대 미대에 합격했지만 학기당 420만원이라는 등록금 부담이 현실로 다가왔다. 마침 군대를 다녀온 큰 아들은 새학기부터 대학교 복학을 한다. 박씨는 “가계부 계산기를 두드리다 보면 스트레스 때문에 소화가 안 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두 사람처럼 설날ㆍ입학ㆍ졸업 등 집안 대소사가 집중되는 3월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할 경우 몸에 이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을 ‘신체형 장애’라고 한다. 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소화불량 ▶두통 ▶복통 ▶흉통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정신적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5년간(2010~2014년) 신체형 장애 진료 기록을 분석한 결과 연평균 15만1800여명이 병원을 찾았는데 특히 3월의 발병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22일 발표했다. 3월엔 평균 3만6666명(2010~2013년)이 진료를 받아 연중 가장 많은 환자가 몰렸다.

장준환 서울대 정신의학과 교수는 ”스트레스 지수가 급격히 변하면 신체형 장애가 생기기 쉽다. 명절과 입학ㆍ졸업, 취업 시즌 등이 겹치다보니 과도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이맘때 많이 찾아온다“고 말했다.

심평원은 최근 5년간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두 배 정도 많았고, 10세 미만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 비율이 높다고 분석했다. 연령별로 보면 40대 이상이 전체 진료인원의 82.5%(지난해 기준)를 차지했다. 특히 70대(27.3%)와 50대(21.6%)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고령의 여성일수록 스트레스에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형 장애는 스트레스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몸에서 증상이 대신 나타나는 정신적 질환이다. 특히 건강검진이나 병원 진료를 받아도 이상이 확인되지 않아 최종 진단까지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반신반의하면서 뒤늦게 정신과를 찾았다 병명을 확인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20대에 처음 증상이 나타났다 30~40대가 돼서야 처음 치료를 받는 경우도 꽤 있다.

신체형 장애를 겪는 환자에겐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배려가 필수적이다. 환자가 평소 가족들과 대화하는 습관을 갖고 불만을 적절히 푼다면 증상이 가라앉을 수 있다. 장준환 서울대 교수는 “원인을 정확히 찾으면 빨리 나을 수 있는 병이다. 병원에서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받기 앞서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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