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2) 제80화 한일회담 「구보전」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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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구보따」(구보전관일랑)망언-. 한일회담을 만4년간이나 표류시킨 일본측 수석대표 「구보따」외무성 참여의 망언은 1953년 10월15일 일본외무성회의실에서 열린 제2회 재산및 청구권분과위원회에서 터져나왔다.
그 자신은 한국측의 지나친 청구권주장에 대해 농담조로 했다는 변명 (『기록 유명탈삼랑』·「시이나」 전일본외상 추도록간행회) 을 했지만 우리가 일본의 대한인식의 실체를 거론할 때마다 인용할만큼 일본의 전전세대들의 의식 밑바닥을 흐르고 있는, 어느면「솔직한대한관」을「구보따」일본측 수석대표는 공식회의석상에서 내뱉었던 것이다.
그의 망언은 집요한 홍진기분과위원장의 질문공세에 밀려 궁지에 빠진듯한 측면이 없지않았다.
「구보따」는 회담수석대표로 재산및청구권분과위의 일본측 대표는 아니었다. 그는 일본대표들을 독려하기 위해 이 회의에 참석했다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망발을 했던 것이다.
이 망언은 한일간의 교섭사는 물론 한일양국의 여러측면에 걸쳐 엄청난 파문을 던진 것인데, 잘못 알려진 면도 없지않아 자세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재산및 청구권분과위 회의가 시작되자 일본측은 『한국 전재산의 85%가 일본의 재산으로 되어있고 그것을 일본측이 반환하라는 것은 부당하다』고 때때로 말한 심용찬 1차회담 수석대표의 주장을 들어 85%의 수치 근거를 제시하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로부터 우리측 홍대표와「구보따」간의 백열적 논쟁이 시작됐다.
△홍대표=85%라는 수치의 근거는 종전 이전, 즉 소위 총독부관할의 조선은행 조사월보에 나와 있다.
△「구보따」 대표=은행에서 조사한것은 투자관계에 대해서 조사한 것이지 않느냐.
△홍대표=투자 만을 말하자면 중요기업의 90%는 일본사람의 것이다.
△「구보따」 대표=투자라면 알겠지만 양대표가 말한 것은 전재산의 85%로 이해된다.
△홍대표=토지의 소유도 일본인이 60∼70%, 광업권도 어업권도 한국인에게는 별로 주지않았다. 한국과 같은 피지배국에서는 당연히 80%를 넘는다. 양대사의 발언은 정확한 것이다.
홍대표는 「구보따」대표의 시비에 일단 이렇게 반박한후 제1회 분과위회의에서 『이전의 한일회담에서 상방이 청구권을 서로 포기한다면 좋다고 양대표가 말했던 것은 아닌가』 라는 「구보따」 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홍대표=양대표가 만일 일본측이 재한일인재산의 청구권을 포기하면 한국측은 재일재산에 대한 한국의 청구권을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본측의 오해다. 절대 양대사가 그런 말을 한적이 없다.
일본이 재한일인의 재산에 대해 하등의 청구권이 없다는 말은 우리측에서 이미 수십회나 얘기한 것이니 거듭 말할 필요도 없다. 청구권문제는 원칙론이 하나로 귀결되지 않는한 진전되지 않는다.
△「구보따」 대표=일본 측으로서는 대한청구권이 있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타협해 해결할 마음도 있다. 귀측에는 청구권이 있고 우리쪽에는 그것이 없다는 태도로는 곤란하다.
△홍대표=타협해 해결한다고 하지만 일본이 말하는 청구권과 한국이 말하는 청구권은 근본적으로 그 성질이 다르다.
우리측의 청구권은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독립한데 따르는 청산문제인데 일본의 주장은 정치적인 것이다.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양보해서 해결할수가 없다. 일본측이 정 그렇게 말한다면 우리도 생각을 고치지 않을수없다.
△「구보따」 대표=일본의 청구권도 법률문제다.
△홍대표=재한일본재산의 전부는 미군정령 제33호에 의해 미군정청에 이관됐다. 이 사실은 미국무성의 각서로써 증명됐다.
그뿐 아니라 36년간 일제의 통치하에서 한국인이 받은 손실, 즉 독립운동에 종사한 애국자의 투옥과 학살(예컨대 수원학살사건등), 한국인에 대한 기본인권박탈, 세계시장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미곡수집을 통한 강제공출, 노동력 등등의 착취가 있다.
그러나 한국측은 그에 대한 요구는 피하고 순전히 법률적 청구권만을 제출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들은 일본측이 한국에 대한 재산청구권 주장을 철회하도록 주장하는 바이다.
이같은 홍대표의 반론에「구보따」대표는 멕시코 대사등을 거친 노련한 외교관 답지않게 일제의 조선근대학기여론을 들고나오는 망발을 함으로써 홍대표로부터 신랄한 추궁을 받게 되는 단서를 연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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