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포프」의 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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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소련 권력체제에「이상」이 노출되고 있다. 크렘린의 제1인자「안드로포프」가 7일 볼셰비키혁명 66주년 기념일 사열식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일은 근년 한번도 없었다.
유일한 기녹은 1923년「레닌」의 예가 있을 뿐이다. 뇌일혈증세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때「레닌」은 벌써 권력을「스탈린」에게 넘긴 후였다.
「스탈린」이 혁명기념일행사에 불참한 기록은 단한번도 없다. 1941년 독일군이 모스크바를 포위하고 있던 상황에서도 그는 참석했다.
건강이 극도로 나빴던「브레즈네프」조차 불참의 기록은 남기지 않았다. 그는 작년에 억지로이 행사에 참석한뒤 사흘만에 세상을 떠났다.
「브레즈네프」의 건강은 벌써 10년전부터 화제가 됐었다.
물론 소련 최고지도자의 병은 늘 장막에 싸인채 공개되는 일이 없다. 건강문제가 있을땐 단지『휴가로 쉬고 있다』고 발표될 뿐이다.
반면 미국대통령의 병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당장 공개된다.「카터」의 치질이나「레이건」의 요도질환엔 비밀이 없다.
「브레즈네프」의 주치의「에프게니·차조프」에 의하면「브레즈네프」의 건강은 지난 10년간 순전히 굳은 의지와 조심스런 치료 덕분이었다.
그는 전신의 동맥경화증을 앓고 있었고, 그때문에 관상동맥과 뇌혈관이 굳어져 최소한 두 번의 심장발작을 일으켰으며 뇌졸중도 여러차례 겪었다.
심한 골초였던 그는 폐기종과 만성기관지염도 앓았다. 긴 비행기 여행을 하게되면 폐혈관에 피가 엉기는 혈전성새전증의 위험도 있었다. 한땐 미국에서 수입한 심장박동조절기로 연명했고 우울증이 심해 최면치료도 받았다.
심지어는「다비타슈빌리」라는 이름의 여인으로부터 영적 안수 치료도 받곤 했다. 그런「브레즈네프」조차 혁명기념일 행사만은 한사코 나왔다.
그 점을 생각하면「안드로포프」의 병은 심상치 않다.
크렘린대변인은 단지 그가 감기를 앓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유고의 일간지 브레스니크는 미국의 소식통을 인용, 그가 최근 모종의 수술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르 몽드지의 의료전문가는 근황 사진 분석결과 그가 뇌동맥경화증 같은 혈관노쇠증을 앓고있다고 보고 있다.
소련 최고지도자의 병이 미공개상태인 것은 정치적 배려이겠지만 소련의 전술에도 문제는 있는 것같다.
1921년 12월에 병석의「레닌」은 재미있는 일화를 남겼다. 베를린의 일류의사를 소개한 여성공산주의자「클라라·제트킨」에게 그는『우수한 공산주의자이면서 우수한 의사란 있을리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어떻든「안드로포프」의 병은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후계자문제를 둘러싼 소련내 권력투쟁만이 아니다.
벌써 동구문제 전문가「헬무트·손넨펠트」는「동서관계에 보다 많은 문제발생」과「중동의 폭발적사태」를 경고하고 있다.
병치고는 세계적인 중요한 병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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