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방들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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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교사상 유례가 없는 아웅산참사의 주범이 북한 특공대원들이라는게 버마정부의 공식발표로 밝혀진 이상 북한 응징과 제재는 남북한의 차원을 넘어서 범세계적인 것이어야한다.
아웅산사건의 원인과 사후 처리를 남북대치라는 한정된 시각으로만 보려는 나라가 있다면 그런 근친안적 단견은 북한의 테러수출을 고무하는 결과를 가져올것이다.
요지부동한 물증과 법인들의 자백을 가지고 사건의 조사결과를 발표한 버마정부를 비난하면서 범행을 부인하는 북한의 태도자체가 벌써 앞으로 제2, 제3의 아웅산만행을 저지르겠다는, 뉘우칠줄 모르는 자세라는 점을 모든 나라들이 명심할 필요가 있다.
일본정부가 북한제재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9일 방일하는 「레이건」 미국대통령과 함께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하는것은 다행한 일이며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동안 북한과의 교류를 확대하여 우리의 신경을 건드려온 대표적인 나라가 일본임을 생각하면 일본의 적극적인 북한제재 움직임은 당연하면서도 반가운 일이다.
미국은 최근 국제외교 무대에서 미국외교관들이 북한외교관들과 접촉하고 대화를 나누어도 좋다는 이른바「미소작전」이라는 지침을 내린바 있다. 그런 지침이 이제는 백지화되지 않을수 없다는것은 우리의 주장을 기다릴 필요도 없는 일이다.
국강무대에서 질서를 파괴하고 남의 나라의 영토주권을 유린하면서 한국에는 선전포고 없는 전쟁행위를 자행한 북한은 더불어 교류하고 교역하고 상대할 나라가 아니라는데 이제는 이의를 말할 사람은 없을것이다.
「나까소네」 일본수상과 「레이건」 미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사람들에 대한 비자발급을 제한하고 ②제3국에서 북한사람들과의 접촉을 삼가고 ③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북한의 만행을 규탄하는 결의문을 채택하는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다.
국제사회의 존립 기반인 신뢰와 법질서를 파괴하고 일개 테러·범죄집단으로 낙인찍힌 북한에 대해서는 마땅히 이런 제재가 가해져야한다.
그러나 북한의 도발행위와 만행에 직접 간접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고 한국의 안전에 직접 이해를 갖는 미국과 일본이 북한과의 교류와 비자발급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다고 볼수가 없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제재와 응징이 범세계적인 것, 적어도 서방 세계 전체의 공동조치가 되도록 적극적으로 주도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의 우방들뿐 아니라 제3세계와 심지어는 공산국가들까지도 북한의 잔악한 행위에 공분을 느끼고 있다. 세계 도처에서 북한 규탄의 소리가 높이 일고 있다.
이런 분노의 소리를 하나로 묶어 실효있는 북한응징으로 유도하고 테러·범죄집단이 설땅은 지구상에는 없다는 교훈을 남기는 일에 미국·일본을 포함한 우리우방들이 앞장을 서줄것을 기대한다.
북한과 우호관계를 맺고 있고, 북한으로부터 약간의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있는 제3세계의 나라들도 그들이 받는 지원과 북한사람들이 내미는 우호의 손끝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달려 있음을 알아야한다.
버마는 아웅산사건으로 비로소 북한의 정체를 알았다. 그러나 북한을 아는데 버마가 치른 대가는 엄청난것이다.
우리의 우방이든 아니든 세계의 모든 나라들은 버마가 당한 피해에서 교훈을 얻어 북한과의 교류를 끊고 북한에 응징과 제재를 가하는 정의의 대열에 참여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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