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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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마 서독의 대학교수 임용제를 보면 누구나 한숨을 내쉴 것 같다. 독일사람들이 「오르디나리우」이 (정교수) 를 존경하는 이유를 알만하다
우선 대학교수가 되려면 「독토르」(학위)를 받아야한다. 이때의 나이가 27세나 28세. 고행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적어도 7년, 보통은 10년 동안의 조교생활을 감내 해야한다.
그런 사람들만이·대학교수 자격심사논문 (하빌리타치온즈·아르바이트)을 제출할 수 있다.
그 때의 나이는 벌써 37세를 넘었을 무렵 이다. 그러나 아직도 겨우 입문에 첫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 논문심사에 통과하고 나면 두개의 관문이 더 기다리고 있다.
하나는 시험장의(프로베·포르레중) - 이것은 실제로 강단에 서서 강의를 하는 과정이다. 테마는 수험자가 스스로 선정한다. 강의시간은 45분.
이 강의에는 30여명의 학생과심사교수 7∼8명, 그리고 다른 교수지망생들도 참가한다. 그러나 여기엔 제한이 따로 없어 누구나 청강할 수 있다.
일단 강의가 끝나면 질문시간이 있다. 역시 누구나 질문을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자리에 참가한 라이벌 수험자들에게도 질문이 허용되는 사실이다. 그야말로 생존경쟁의 현장이 연출되기도 한다. 채점의 대상이 되는 것은 강의 내용만이 아니다. 화술, 이논 전개방법, 태도, 음성, 질문을 받고 응답하는 자세, 강의시간 지키기까지도 점수로 평가된다.
독일 교수들 중에 웅변가가 많은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채점방식도 덜렁 채점 용지를 내놓는 식이 아니다. 심사 자들은 변론을박 충분한 토론을 거쳐 자신의 채점을 객관화한다.
아직 또 하나의 관문이 남아 있다. 질의 응대 시문. 이 과정이야말로 성패를 가름하는 절정을 이룬다. 지망? 는 벌써 3개월 전에 연설테마를 받는다. 흔히 대학이제시하는 3개의 테마 중에 택일.
수험자는 그 분야의 권위교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자신의 연구결과를 1시간에 걸쳐 보고한다. 그것이 끝나면 첫 번째로 그의 지도교수가 질문자로 나선다. 그 다음은 그 자리에 참가한 교수들이 지위에 따라 차례 질문을 던진다.
이런 가시덩굴을 다 넘고 나면 비로소 교수 자격 상이 수여된다. 서독의 교수는 3등급으로 나뉘어 2호봉 교수가 이를테면 조교수급이다. 「오르디나리우스」 로 불리는 정교수가 되면 전용 비서 1명, 조교 2명, 종신연금100%의 혜택을 받는다. 평생의 명?가 보장되는 것이다.
서독의 경우 모 하나 특이한 것은「동일학내 초청금지법」이다. 출신 대학의 교수가 될 수 없다. 대학의 평준화를 위한 제도다.
요즘 우리 나라에서도 때때로 대학교수 공모광고를 볼 수 있다. 마침 문구부도 교수임용 지침을 시달했다. 서독의 예를 한번쯤 음미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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