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물건도 안방서 산다… 구매 대행 사이트 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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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해외에 나가지 않고도 외국 물건을 안방에서 살 수 있는 구매 대행 사이트 시장이 쑥쑥 크고 있다.

구매대행만 하는 사이트가 수십 곳에 달하고, 쇼핑 장소도 과거 미국 일변도에서 요즘은 프랑스.영국 등 유럽 지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유명 사이트들은 매출액이 지난해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도대체 구매 대행 사이트에선 어떤 일이 일어나기에 사람이 몰릴까. 이틀 동안 구매 대행 사이트를 서핑하며 쇼핑도 해보고, 궁금증을 기존 구매자와 업체 담당자들에게 물어봤다.

◆ 쇼핑해 보니=주로 의류와 액세서리가 많았다. 국내에선 구경할 수 없는 물건도 있었지만 국내에 들어와 있는 물건도 많았다. 구매 대행 업체 관계자들은 "국내에 수입된 물건들도 중간유통과정이 생략돼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20~30% 싸다"고 말했다.

7일 구매 대행 사이트 위즈위드에서는 '아메리칸 이글'의 남성용 의류를 16만9800원(코트.M사이즈.6일 판매가 기준)에 판매하고 있었다. 국내외 배송비.세금 등이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같은 코트가 직구매 사이트인 '아메리칸 이글'(www.ae.com)에서는 98달러였다. 구매 결정 후 주문 단계로 들어가 봤다. 그러자 국외 배송비 30달러에다 세금 등이 추가로 발생할 수 있음을 알리는 안내문이 나왔다. 미국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는 코트의 가격은 '128달러(제품가.배송비)+α(세금 등: 약 23달러 추정)'였다. 세금 등을 포함할 경우 국내 구매 대행 사이트에서 사는 게 직접 현지 사이트에서 사는 것보다 2만원가량 비싼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금액의 차이는 '쇼핑 편의에 대한 비용'이라고 말했다. 국내 구매 대행 사이트를 이용하면 국내 인터넷 쇼핑몰과 똑같이 쇼핑하면 된다. 한국어로 된 상품 정보를 읽고, 고객.배송 정보 등도 한국어로 입력하면 된다. 결제도 신용카드.계좌이체.무통장입금 등으로 하면 된다. 세금 및 통관 절차 등도 대행해 준다. 그러나 미국 등 현지 업체 사이트에서 바로 상품을 살 경우 상품 정보가 외국어로 표기된 것은 물론 주소.연락처 등도 모두 영어로 입력해야 하고, 의류 한 점 등 소량은 배송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업체 관계자들은 "판매가에 대행 수수료가 포함돼 있어 직접 구매에 비해 다소 비쌀 수 있고 현지 업체 사이트에 비해 상품 정보가 다소 늦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구매 대행 수수료는 물품에 따라 다르지만 업체들은 일반적으로 건당 7000~9000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 구매 대행 사이트 이용 요령=구매 대행 사이트는 위즈위드(www.wizwid.com).엔조이뉴욕(www.njoyny.com).디앤샵(www.dnshop.com).아이하우스(www.iehouse.co.kr) 등 수십 곳에 달한다.

위즈위드는 미국의 인터넷 쇼핑몰인 '아메리칸 이글''델리아스' 등에 나온 약 5만 개의 상품을 판매한다. 엔조이 뉴욕은 현지 리포터를 활용해 패션 정보 등을 함께 제공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디앤샵은 정품이 아닌 물건을 판매했을 경우 상품가의 5배를 환불해 주는 정가보상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배송 기간이 길고, 교환이 어렵다는 점을 각오해야 한다. 직장인 하모(33)씨는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을 사는 게 좋아 가끔 이용하지만 배송기간이 너무 긴 것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문 후 보름 정도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

다른 물건이 도착해 교환하려고 해도 보내고 다시 받는 데 20여 일이 걸린다. 반품도 쉽지 않다. 물건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꾸려고 하면 물건 가격의 절반 정도를 줘야 바꿀 수 있다. 상품에 하자가 있을 때에만 대행 사이트에서 별도 비용 없이 반품해 준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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