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핵 암거래 시도 땐 미국이 5배에 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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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문제에 게임이론을 적용하면 어떤 해답이 나올까. 게임이론 분석으로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토머스 셸링(84.사진) 미 메릴랜드대 교수가 그 해법을 내놨다. 셸링 교수는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만약 국제 암시장에서 핵무기를 10억 달러에 팔고자 한다면 미국은 아예 50억 달러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렇게 강하게 베팅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그 어떤 테러집단이나 국가도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같은 '예방적 구매' 전략을 통해 북한이나 이란이 갖고 있을지 모를 핵무기가 제3의 세력에 이전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국제시장에 유통되던 천연자원을 몽땅 사들였던 것을 예방적 구매 전략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들었다. 그는 "당시 독일은 전쟁을 치르느라 철광석 등 엄청난 양의 천연자원을 필요로 했다"며 "미국은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단지 그것들이 독일에 흘러들어가지 못하게 하려고 천연자원을 사들였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의 주장이 '북한은 핵을 실제로 사용하거나 핵전쟁을 일으킬 의도가 전혀 없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 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숨겨진 동기를 정확히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내가 보기에 북한과 이란은 미국.러시아 등 강대국의 군사적 개입을 막기 위해 핵을 개발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핵무기를 놓고 북.미 간에 '딜(타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보다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북핵 해법도 내놨다. "북.미 양국이 불가침 조약을 체결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이 자기 방어를 위해 핵을 개발했으니→ 미국이 불가침 약속을 문서로 보장해주면→ 북한은 핵개발 필요성을 훨씬 덜 느끼게 될 것이란 논리다.

1951년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셸링 교수는 냉전 시대 미국과 옛 소련이 맞선 상황을 게임이론으로 분석해 주목을 받았다. 또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헬멧을 쓰는 이유, 관객들이 강당에서 좌석을 선택하는 방법 등을 게임이론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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