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성장 가능성 돕는 교육을|「교육의 질 개선」세미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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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참으로 오랜만에 교육의 질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한국교육개발원(원장 김영식)에서는 지난 27∼28일 전국의 교육자·학자 3백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초·중등교육의 빈 개선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다. 이 모임은 그동안 교육의 양적 성장에 치닫다가 질적 충실을 놓쳐 버린 데 대한 대규모 자생의 자리이기도 하다.
어떤 상태에 있는 학교든 학교에 다니는 것이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항상 낫다는 믿음 속에, 국민학교만으로 끝나는 것보다는 중학교·고등학교·대학으로 교육 연한이 길어질수록 좋다는 믿음이 보편화된 현실에서 높은 질의 교육은 과연 무엇이며 질 개선의 과제는 어떤 것인가
이영덕 교수(서울대)는 이날 주제 발표를 통해 『교육의 질은 지금까지의 학교 교육학만으론 만족스럽게 설명할 수 없고 전체 사회구조의 종합적 교육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높은 질의 교육을 받은 사람은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도덕적으로 성숙되고 ▲자아의식이 고양되고 ▲탁월한 능력 속에 계속적인 자기 교육에 힘쓰고 ▲높은 미적 수준을 유지하고 ▲미래를 예측·선택할 줄 알고 ▲인간의 행동을 정확히 이해해 그 성장과 발달을 도울 수 있으며 ▲신체적으로도 건강한 인간 특성을 지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를 위한 교육의 질 개선의 과제로 먼저 교육관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은 사회적 선발 경쟁에 이기기 의해서도 아니고, 일부 사람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을 전수하는 것만도 아니다. 교육은 각 개인이 타고난 성장 가능성을 가치 있는 방향에서 최대한 실현시키도록 돕는 일을 그 본질로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학생 한사람 한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교육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인간은 그 심리적 안정에서나 사회적·도덕적 성숙에서나, 높은 성취에서나, 항상 그가 한 인간으로서 받게 되는 애정과 존경, 인정의 정도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인간은 취급받는 대로의 인간이 되는 것이다.
세째, 공부는 즐겁고 의미있는 것이어야 한다. 학생들이 모두 소중히 여김을 받는 학교는 우선 학생들에게 유쾌한 곳이 된다. 공부하는 내용이 학습자에게 의미있고 중요하며,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 학생들에게 만족을 줄 때 학교 공부는 즐거운 것이 된다.
오늘날 「평가」는 학생들에게 위협과 공포의 대상이 되고 시험은 학교 안의 폭군으로 군림하고 있는 실정이다.
네째, 학교는 교사들이 깊은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 교사들의 대우도 문제지만 그들의 전문가적 만족이 더 강조돼야 한다. 교사가 자신의 전문적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데서 얻는 보람과 기쁨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학교교육 구조가 필요하다.
이교수는 이러한 주장이 현실과 거리가 먼 주장이지만 이러한 조건들이 구비되지 않는 한 질 높은 교육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게 또한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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