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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라차' 상표 누구나 쓴다

미주중앙

입력

한인들도 즐겨 먹는 칠리 핫 소스 '스리라차'의 이름을 딴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스리라차 제조업체에서는 이를 지켜보기만 할 뿐,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스리라차는 2013년 한해 매출액이 8000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아시안 소스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2013년 매출은 전년도 6000만 달러에 비해 무려 30%나 넘게 증가한 것이다. 창업 140년이 넘는 글로벌 소스 타바스코가 2013년 소매 기준으로 매출이 1억달러 정도였다고 하니 창업주가 아들, 딸과 함께 운영하는 가족 경영 비즈니스로서는 엄청난 매출 규모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 난민 출신 데이비드 트란(70)이 고향에서 먹던 소스가 생각나 만들었다가 1980년 후이 퐁 푸즈라는 회사를 차리고 본격 판매를 시작한 스리란차가 2013년 매출이 급증한 것은 어윈데일 시의회와 공장폐쇄를 놓고 벌인 법정 소송의 여파가 컸다.

가주민들의 열화와 같은 지지에 힘입어 법정다툼은 막을 내리면서 스리라차는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게 됐지만 정작 문제는 이 때 부터 시작됐다.

소스 제조사들은 물론 레스토랑 체인, 캔디와 스낵 제조업체, 보드카, 맥주, 심지어 입술에 바르는 립밤에까지 스리라차라는 이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프랭크 레드 핫, 기꼬만, 이금기 등 소스 제조사들이 앞다퉈 스리라차란 이름이 들어간 소스를 내놓았고 세계 최대 케첩 생산업체 하인즈는 이번 주부터 스리라차 소스를 섞어 만든 '스리라차 토마토 케첩'을 출시한다. 타바스코는 아예 올 1분기 중 이름도 같은 스리라차 소스를 생산해 전국 판매를 한다는 계획이다.

로얄티 한 푼 지불하지 않고 원하는 누구나 스리라차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된 것은 창업자 트란이 스리라차에 대한 상표권 등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리라차 병에 새겨진 닭 로고와 병 모양은 고유 상표로 등록했지만 스리라차가 소스로 유명한 태국의 한 지방 이름을 딴 것이라 상표권 등록은 생각지 않았던 것.

타바스코 제조사 매킬레니의 토니 시몬스 사장은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스리라차라는 이름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는 법적인 자문을 이미 끝냈다"면서 "타바스코라는 이름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썼는데 트란이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트란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그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스리라차에 뛰어들고 싶어하고 변호사들이 찾아와 소송을 하자고 설득하지만 그냥 내버려두라고 말하고 있다"며 "내가 만든 스리라차가 이렇게 유명해진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후발 주자들은 맛과 향에서 조금씩 떨어진다"며 외려 돈들이지 않고 광고를 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뒤늦게 10여개 업체가 스리라차 상표권을 갖겠다며 특허청을 찾았으나 특허청은 스리라차는 더이상 고유명이 아니라 누구나 쓸 수있는 보통명사라며 등록을 거부했다.

신복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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