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김 '눈물의 참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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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수감됐다가 지난달 풀려난 로버트 김씨가 7일 선친의 유해가 안치된 전북 익산시 왕궁면 영모묘원을 찾아 아버지의 영정을 어루만지고 있다. N-POOL 전북일보=이강민 기자

"그렇게 기다리던 아들 채곤이가 이제 달려와 아버님.어머님을 목메어 소리쳐 불러보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으니 안타까움과 죄스러움만 가득합니다."

미국의 군사기밀을 한국 정부에 유출한 혐의로 9년간 옥살이를 하고 지난달 풀려난 로버트 김(65.한국명 김채곤)이 7일 오전 10시30분쯤 부모의 유골이 안치된 전북 익산시 왕궁면 원불교 영모묘원을 찾았다. 김씨의 부모는 지난해 2월과 6월에 각각 별세했다.

김씨는 납골당 현관에서 방명록에 서명한 뒤 '아버지 어머님께, 채곤이가 이렇게 부모님을 불러 봅니다. 그러나 대답이 없으시니 너무나 슬픕니다. 저의 불효를 용서하시옵고 편안히 쉬십시오. 불효자 채곤 올림'이라는 글귀를 남겼다.

이어 부모의 유골이 안치돼 있는 납골함 앞에 참배.헌화를 한 뒤 대법당에서 '가족합동 참배 독경식'을 했다. 참배 독경식은 고인약력 소개, 독경노래, 분향.재배 등 순으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씨는 "아버님께서 늘 강조하시던 '선공후사(先公後私)'의 가훈을 가슴에 새기면서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내용의 '부모님께 올리는 글'을 준비해 낭독했다.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김씨는 감정이 복받치는 듯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또 부모님 모습이 담긴 영정 사진을 만져 보기도 했다.

김씨는 "아버님이 마지막으로 휠체어를 탄 채 면회 와 '기다릴 테니 몸 건강하게 나오라'며 등을 두드려 주시고 돌아 나가다 '채곤아, 채곤아'하고 이름을 소리쳐 부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이제야 뒤늦게 찾아 왔지만 부모님께서 용서해 주실 것으로 믿고 마음 편하게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영모묘원 참배에는 부인과 동생 김성곤 의원을 비롯한 가족, 수행원 등 20명이 동행했다. 김씨는 이날 오후 익산 시내 원불교 중앙총부를 찾아 좌산 종법사를 방문했으며, 원광대 숭산 기념관에서 2000년 '로버트 김 음악회'를 열어 자신을 격려해 준 원불교 교단 관계자들을 초청해 사은회 행사를 열기도 했다.

익산=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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