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기적성 교육 … 성적도 '쑥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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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전주 진북고등학교 학생들이 택견을 배우며 오후 일과를 보내고 있다. 이 학교는 1인 1기 특기교육을 실시, 전 학생이 개인 기예를 가지고 있다. 양광삼 기자

"특기적성 교육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습니다."

고입 연합고사에 떨어져 인문계 고교로 진학을 못한 '꼴찌'들이 모인 전북 전주시 진북고가 올 대입 수시전형에서 83%가 합격하는 등 3년 연속 80%가 넘는 진학률을 보이고 있다. 이 학교는 일반학교 문턱을 밟지 못한 학생들이 다니는 학력인증 평생교육기관.

학교 측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2006학년도 대입 수시 전형에서 고려대.전북대 등 4년제 대학에 86명, 2~3년제 대학에 40명이 합격했다. 3학년생 202명 가운데 취업 희망자(50명)를 제외하면 83%의 대학 진학률을 기록하게 됐다. 최종 수시전형까지 마칠 경우 올해 합격률은 95% 가까이 될 것으로 학교 측은 보고 있다.

지난해는 170명 중 92%인 158명(4년제 87명,전문대 71명)이, 2004학년도 전형에서는 220명 중 80% 가량인 172명 (4년제 96명, 전문대 76명)가 합격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대학 진학률은 50%를 넘지 못했다.

이같은 성적은 열악한 환경을 딛고 일궈낸 것이라 더욱 값지다. 그래서 이학교 교사들은 이를 두고 "꼴찌들의 반란"이라고 말한다.

진북고의 변화는 특기적성 교육에 있다. 2000년부터 시작한 특기적성교육을 받은 학생이 고3이 된 2003년부터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이 학교는 1947년 호롱불을 켜고 가마니 깐채 문맹퇴치 수업을 하던 천막교실에서 출발했다. 이후 50여년간 '공민학교'로 집안 형편 등으로 학교를 다니지 못한 청소년과 어른들을 위한 배움의 등불 역할을 했다.

1998년 진북고로 교명을 바꾸면서 고교생들을 받기 시작했다. 신입생들은 대부분 중학시절 성적이 하위권을 맴돌던 아이들이다.

이 학교가 특기적성교육을 시작한 것은 패배감에 젖은 학생들에게 자신감과 꿈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우선 음악.미술.택견.춤.사물놀이 등 13개 예.체능 및 실기 종목 중 하나를 택하는 '1인1기 특기 적성교육'을 매일 한두시간씩 실시한다.

3학년 하영광(전북대 합격)군은 "중학교 때 반 성적이 꼴찌에서 1, 2등을 다퉈 '나는 이것 밖에 안돼'라는 열등감에 시달렸다"며 "고등학교 들어 와 택견을 시작하면서 '공부라고 못할 게 없다'는 자신감을 얻어 친구들과 밤새워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자기 성찰 노트'를 쓰는 것도 이 학교의 특징이다. 어제에 대한 반성과 하루의 학습계획, 자신의 고민과 교사들에게 하고픈 얘기 등을 매일 아침 작성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미래를 설계해 나간다.

교사 25명의 헌신적 노력도 한몫을 했다. 입학 2~3개월전부터 아이들을 소집해 기초학력을 다잡아 주는가 하면 평소 3교대로 오전 8시 출근, 오후 9시30분에 퇴근을 하며 1대1 맞춤식 지도를 한다. 일요일도 한달에 3번은 출근해 아이들이 수업 중 제대로 이해를 못했거나 어렵게 생각했던 부분을 개인 교수식으로 가르치는 열성을 보이고 있다.

송헌섭 교장은 "단지 평생교육기관이라는 이유로 인건비.학교운영비 등을 일반학교의 10%밖에 지원받지 못해 학교살림을 어렵게 꾸려 나가는데도 이처럼 좋은 성적을 올려준 아이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사진=양광삼 기자<yks23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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