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겉 다르고 속 다르다 옷부자 ? 그녀는 짠순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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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변덕스러운 여인들이여 더블룩을 즐겨라.'

올 가을 하나의 아이템으로 여러 가지 멋을 낼 수 있는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소위 '더블룩'이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겨울 시즌 단골로 등장했던 양면 점퍼 같은 의상이 다시 나오고, 가위질 한 번으로 자유자재로 모양을 바꾸는 헤어 스타일까지 보인다. 더블룩은 변화와 실속을 동시에 추구한다.매일 변화를 원하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소비자들이 한 번의 선택으로 두 가지 이상의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드 달면·★묶으면   ★후드 떼면·★풀면 [사진=안성식 기자, 협찬=게스, 마샬부티살롱]

●단발머리와 긴 머리를 동시에

"너 무슨 일 있니? 실연당했니?" 긴 생머리 여성이 머리를 갑자기 짧게 자르면 주위에서 튀어나오는 말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짧은 머리로 변신한 그녀.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후회가 밀려든다. 가벼워진 머리로 기분이 좋아지는 건 순간이고 이내 다시 머리를 기르려니 눈앞이 캄캄하다. 이런 여성을 겨냥한 헤어 스타일이 나왔다.

긴 생머리를 자를 때 앞 부분은 층이 거의 없는 단발머리 스타일로 자르고 뒷머리는 층이 있는 레이어드 컷을 한다. 그런 다음 앞머리는 헤어 드라이어를 이용해 펴주고 뒤는 풍성하게 컬을 만들어주면 따뜻한 느낌이 난다. 뒷머리를 묶으면 발랄한 분위기의 단발 머리가 돼 캐주얼한 모습을 보이고, 저녁 모임이나 데이트 장소에서 묶었던 머리를 풀어버리면 여성스러운 긴 머리를 찰랑거릴 수 있다. 마샬뷰티살롱 하성수 스타일리스트는 "요즘 소비자들은 한가지 스타일로는 만족을 못한다. 평상시에도 변화를 원하는 여성을 위해 이런 스타일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가수 보아를 비롯한 연예인들이 많이 한다는 '울프컷'도 이런 스타일의 일종이다. 늑대의 머리처럼 보인다고 해서 울프컷으로 이름 붙여진 이 스타일은 앞에서 보면 짧은 머리 같지만 옆이나 뒤에서 보면 긴 머리처럼 보인다. 준오헤어 미현아 스타일리스트는 "울프컷도 샤기컷(머리숱을 중간 중간 쳐내서 머리끝이 삐죽삐죽한 모양의 컷으로 가벼운 느낌을 강조한 것)의 일종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모양의 연출이 가능해 인기"라고 말했다.

★뒤집으면 [사진=안성식 기자, 협찬=게스, 마샬부티살롱]

●●떼었다 붙였다 내 맘대로

의상에서 더블룩은 '탈.부착'과 '뒤집기'로 나타난다. 먼저 후드가 달린 재킷은 탈.부착으로 다른 스타일을 낼 수 있는 대표적 상품이다. 게스코리아 유영주 디자인실장은 "요즘 소비자는 한 가지의 이미지만을 고집하기보다는 TPO(Time, Place, Occasion)에 따라 다양하게 보이기를 원한다"고 고 설명했다.

후드를 달고 입을 경우, 재킷 안에 터틀넥 상의를 입고 장식이 가미된 청바지를 고르면 전체적으로 경쾌한 캐주얼 의상이 된다. 여기에 야구 모자나 머플러로 마무리하면 좋다. 후드를 떼고 입을 때는 청바지 대신 벨벳 스커트를 입고 레이스가 있는 상의를 고른다. 트위드 소재의 핸드백을 더하면 정장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후드뿐 아니라 소매도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 예전 같으면 소매를 떼어내고 조끼 형태로 입을 경우 왠지 어색한 감이 있었지만 요즘 상품들은 후드 부분에 라쿤털(미국 너구리의 털) 등을 장식해 조끼 아이템으로도 손색이 없다.

[사진=안성식 기자, 협찬=게스, 마샬부티살롱]

뒤집기의 대표 주자는 점퍼와 가방이다. 폴라폴리스 소재로 만든 유니클로의 후리스 리버서블 재킷은 겉과 안이 똑같이 생긴 양면 점퍼다. 모두 28가지의 다양한 색상을 갖추고 있다. 양면이 민무늬로 색깔만 다른 제품도 있지만, 한 면은 무늬 없는 원색에 다른 면은 체크 무늬가 있는 제품도 있다. 또 제덴에서 나온 리버서블 백은 전형적인 가죽 가방이지만 뒤집으면 천 소재의 백으로 변신한다. 강찬혜 디자인실장은 "정장과 캐주얼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손목시계도 두 가지 모드로

휴대전화가 필수품이 되면서 손목시계는 팔찌 같은 패션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다. 예컨대 스테인리스 스틸 커버가 달려있어 이를 닫을 경우 완전한 팔찌가 되는 시계가 있다. 또 다른 팔찌 겸용 시계는 메탈밴드를 뒤집을 수 있는 구조다. 한쪽엔 시간을 볼 수 있는 시계가 있지만 반대로 뒤집으면 세련된 팔찌가 된다. 펜디 등 패션시계 전문 수입업체인 갤러리어클락 조수린 대리는 "시계보다 팔찌로 쓰려고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조도연 기자 <lumier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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