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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 벗고 편의복차림 늘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신혼여행의 캐주얼시대가 열리고있다. 감색싱글 정장과 연두색저고리, 붉은 치마를 곱게 차려입은 전통적인 신혼커플의 여행옷차림이 청바지와 점퍼 운동화와 배낭차림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김포공항 국내선 대합실의제주행 카운터. 22일 하룻 동안 20여쌍이 신혼여행을 떠났으나 이 가운데 60%가 캐추얼 차림. 이들중 두쌍은 아예 등산장비로 갖추었고 다른 한쌍은 낚시차림이었다.
이들의 하나같은 이야기는 신혼옷차림의 변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밀월 의 의미를 재조명하려는 젊은이들의 의식변화라는 것이다.
으례 고급호텔에서 묵고 택시를 전세내 명소를 관광하고 차례를 기다려 쫒기듯 기념촬영을 하던 「레이디 메이트」신혼여행이 점차 추방당하고 있는 것이다
신혼여행 의식개혁의 본산지는 신부교실. 각 여성단체와 직장 알뜰단체에서 개최하는예비신부·예비신랑을 위한 신부 신랑 교실이 언제나 성황을 이루고 참가자들의 관심도 또한 높다.
예비신랑 신부들은 이교실에서 신혼여행의 참된 의미와 알뜰여행가이드 신접살림의 요령 신혼부부의 가족계획등 광범위한 교육을 실시하며 그효과가 이와같이 실제 젊은 신혼부부들의 밀월여행에서 나타나고 있다는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밀월여행의 개혁파와 고수파의 비율이 고수파가 강해 4대6정도.
개혁파는▲절약형▲취미형▲필장형▲조국순례형으로 대별된다.

<절약형>
지난8일 결혼, 제주도 신혼여행을 다녀온 이원석씨(28)는 40만∼50만원쯤 드는 경비를 20만원선으로 줄인 절약형.
2박3일간 다녀온 이씨커풀의 경비명세서를 보자.
▲왕복항공료 11만5천원(신혼부부 10%할인) ▲숙박비 첫날 B급호델 1만5천원.둘째날 서귀포여관 8천원▲식비 음료수 한끼 6천원×7=4만2천원 ▲차비(주로 버스이용) 5천원▲선물5만원등 도합 23만5천원.
이씨커플은 첫날 지도를 들고 다니며 버스를 이용제주 일주관광을 했고 둘쨋날은 도시락을 준비해 한라산등정을 했다.
이씨는 『6시간의 험한 산행을 강행하는 동안 서로 몰랐던 장·단점을 찾을수 있었고 바로 그것이 일생동안 돕고돕는 부부의 지혜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지난7월 경포대와 소금강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박남원씨(30)는 산천형.
2년전 경포대 스쿠버다이빙 강습회에서 만난 박씨커플은 당시로 돌아가보기 위해 다이빙장비까지 준비해 해저에서 사랑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박씨는 포니차를 대여 받느라 대여료 8만1천원과 휘발유값 7만원등 자비로 15만원이 들었지만 텐트와 버너·쌀 반창등을 준비해 현지에서는 생선만 구입, 2박3일간의 경비는 19만원으로 충분했다.
은둔파·동면파라고도 불리는 별장파는 별장이나 콘더미니엄을 빌어야한다는 제한이 있어 일반화될 성질의 밀월여행은 못되지만 지난달 친구아버지의 별장에서 밀월을보낸 민병윤씨(31)는 『진정한 밀월을 보냈다』고 예찬했다.
수원까지 고속버스로가 시외버스로 별장이 있는 기흥에 도착한 민씨커플은 시골장에서 찬거리와 쌀을 구입했다
요리책을 보며 하루3끼를 둘이서 준비하는 동안 겪은 시행착오나 농로·마을 뒷산을 거닐며 맑은 공기를 심호흡하는 상쾌함, 초저녁 앞마당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부르는 사랑의 노래등.
어느 누구와 그 달콤함을 나누겠느냐는 민씨 커플의 총비용은 고작 5만원.

<국토순례>
지난 4월 최곤씨(27)는 4박5일간 동해안 일주 밀월여행을 했다.
첫날은 부산동래온천장, 둘쨋날은 경북후포 어촌마을에서 민박, 세쨋날과 네쨋날은 설악산에서 호텔과 민박을 했다.
강행군을 하느라 밀월여행을 다녀온 뒤 이틀간 몸살을 앓아 회사에서 놀림감이 되기도 했고 일생의 한번뿐인 밀월을 고생스럽게 보냈다는 후회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털털거리는 버스의 진동에 졸다 서로 머리를 부딪쳐 파안대소한 일, 투박한 사투리에 시비를 걸어오는 것으로 착각해 당황했던 일들은 요즘도 초씨부부가 사진첩을 내놓고 회상하는 추억이다.
30만원의 경비를 예상했던최씨는 20만원밖에 들지 않아 남은 경비는 앞으로 태어날 2세의 교육비로 든 5백만원짜리 정기적금에 저축했다.
이들 네커플의 공통점은 남다른 밀월여행을 즐기면서도 경제적인 절약을 했다는것.
분명 새로운 시도는 젊음의 특권이듯 점차 젊은층 사이에 정착돼가는 새로운 신혼여행풍속도가 건전한 젊은상을 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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