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프란체스카 여사 비망록 33년만에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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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월7일.
신성모 국방장관은 전국일원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민심동요를 막기 위해 담화를 발표했다.
사회부는 긴급구호대책본부를 설치하여 피난민구호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허정 장관이 발표했다.
그리고 노인과 부녀자들은 가능한한 지방의 연고지로 소개시킬 것을 제의했다.
북한으로부터 수많은 피난민들이 몰려오고 있어서 그 혼잡을 피하기 위해 해주방면으로 집단 수용시키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은「올리버」박사에게 또 편지를 보냈다.

<미정부, 전보도 검열>
『「올리버」박사에게.
나는 여기에 동봉하는 전문을 어제 보내드렸습니다.
그 전보가 귀하에게 도달됐는지 모르겠습니다.
미국정보는 우리전보들을 검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검열은 하지 않더라도 며칠동안 깔고 앉아 있어서 전보의 효과가 없어지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뉴욕타임즈의 기자는 내가 타협에 응하겠다고 했다고 나의 말을 잘못 인용했습니다.
AP통신사의「킹」기자는 옳은 말을 보도했었는데 오늘 자기 노트를 가지고와 보여주면서 그것이 맞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물었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미국의 소리 방송은 이승만 대통령이 타협을 받아들이겠다고 보도했다고 합니다.
뉴욕타임즈 기자는 나의 말을 한 구절만 인용하고 그 앞에 무슨 말을 했는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지금 나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기 위해 다시 성명을 발표하려 합니다.
나의 말이 다르게 인용된 것을 보시면 곧 나에게 알려 주십시오.
귀하께서는 나의 주의를 알고 나의 입장을 알고 계십니다.
우리들의 계획에는 타협이나 그런 것이 포함되어 있지를 않습니다. 유엔군은 싸우지 않고 후퇴하고 있고, 한국군은 그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지금 이곳에는 대혼동과 혼란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군은 미국사람들의 지휘하에 있기 때문에, 관계를 끊지 않기 위해서 유엔군을 따르고 있습니다.
평양의 시민들은 남하하려고 했는데「문친」대통령하의 군당국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김성주 평남도지사의 압력에 의해서 교량들이 폭파되기 전에 약10만명의 시민을 남하시켰습니다.

<미, 비행기동원 철수>
지금 서울시민들은 남쪽으로 내려가고 있고 상점은 모두 문을 닫고 있습니다.
미국사람들은 비행기를 가져다가 그들의 인원들을 떠나보내고 있습니다.
미국정부측의 우유부단은 유엔과 미국정부의 권위를 선상시켰을뿐 아니라 그들은 싸우지 않고 후퇴하고 있습니다.
동해안에 있는 우리 사단은 아직도 중부전선에 있는 우리 병력과 합세할 수 없는 형편에 있습니다.
만일 그들이 합세 할 수만 있다면 진격해오는 공산군에 대적할 수 있을 만큼 강하게 될 것입니다.
중공군은 지금 후방에 있고 4만 내지 6만명의 북한군들이 남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12월9일
이범석 장군이 중화민국주재대사로 임당된데 대해「소유린」중국대사는 무척 기뻐하며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고 한다. 이장군은 중국에서 우리독립군을 지휘했던 장군으로서 많은 중국친구들을 가지고 있다.
나는 오늘「올리버」박사에게 편지를 써보냈다.
『친애하는「올리버」박사.
우리는 오늘 아침에 발표된「트루먼」대통령과 영국의「애틀리」수상과의 공동성명서 발표에 크게 실망했습니다. 우리는 한국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트루먼」대통령과의 첫 성명에 모두 기대가 컸었습니다.
그 성명은 집을 떠나서 얼어붙은 길을 걸어 남하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소망을 안겨 주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중공군이 철퇴하지 않을 경우 유엔의 대안이 무엇인가를 조급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영 성명 크게 실망>
대통령께서는 전에도 그랬던 것 같이 이곳을 떠나지 않고 이곳 경무대에서 죽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만일 유엔이 철거하는 경우 자기의 영도하에서 공산주의자들에 대항해 싸운 남한의 2천만은 도살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중공군은 만행에 있어서 한국 공산주의자들보다 더할 것입니다.
시민들은 지금 공포에 싸여 밤새도록 짐을 싸가지고 남쪽으로 떠나고 있습니다.
한강에는 가교가 하나밖에 없어서 사람들은 나룻배를 타고 도강해야 합니다.
한강의 일부는 지금 얼어붙어서 사람들은 도보로 건너기도 합니다.
만일 유엔군이 한국에서 철수한다면 남하행군은 아무 소용도 없을 것입니다. 공군지원도 없어질 것이고 한국군을 지원해주는 것은 무엇이나 다 없어질 것이니까요.
박사께서는 공산주의와 싸워온 민족을 포기함으로써 공산주의자들의 횡포에 맡기게 되지 않도록 여론을 환기시켜야 하겠습니다.
한국은 자기 동족과 치열하게 싸워왔는데 물론 외국침략자들과는 더 힘껏 싸울 것입니다.
미군이 싸우지 않고 후퇴만 하고 있는 것이 그들의 가슴을 찢고 긍지와 사기를 상하게 하고 있습니다. 유엔군은 유엔의 결정을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지금 후퇴하고 있으며 다른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맥아더」장군은 대통령에게 참아달라고 부탁해 왔습니다. 장군자신도 지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있답니다.

<유엔군은 묵묵부답>
이것은 절대로 비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마리아」에게 그의 애들과 노부인들을 남쪽으로 피난시켰으니 염려 말라고 전해 주십시오. 장면씨 부인과 아이들은 며칠 내로 남쪽에 있는 그의 동생에게 보낼 것입니다. 이만 편지를 끝내야겠습니다.
추신,「한극의 서사시」(Epic of korea)를 읽어보십시오. 대단히 좋기는 한데 끝의 강들은 「한국의 소련에서 옮긴 것이 많습니다.
그분을 저의 우편물발송대상자명단(Mailing List)에 올리십시오. 그리고 1백24페이지와 1백25페이지에 실린 대통령의 말이 틀린 것을 수정해주시기 바랍니다. 「프란체스카·리」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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