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하이브리드·디젤 '도쿄의 설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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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일본 자동차 업체 간의 노선 투쟁이 뜨겁다. 6일 막을 내린 도쿄모터쇼 현장에서 도요타.혼다 등 일본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카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반면 아우디.르노.BMW 등 유럽 업체들은 하이브리카에 냉소적이었다. 르노 등이 디젤 승용차가 하이브리드카보다 연비가 뛰어나고 더 친환경적이라며 일본의 하리브리드카 시판 전략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도쿄모터쇼에 참석한 일본과 유럽의 주요 자동차 업체의 최고경영자를 만나 미래의 환경차 시장 전망을 들어봤다.

르노.닛산의 카를로스 곤 회장은 "하이브리드카는 니치(틈새) 마켓일 뿐 대중차가 될 수 없다"며 도요타 주도의 하이브리드카 시장전략에 제동을 걸었다. 심지어 그는 "르노의 디젤 승용차가 연비에서 하이브리드카에 못지 않다"며 "언론이 지나치게 하이브리드카를 다뤄 '하이브리드카=기술력'이라는 오해를 낳았다"고 덧붙였다.

아우디의 연구개발 총괄 볼프강 하츠 부사장은 "도요타가 하이브리드카에 주력하는 것은 (유럽 업체보다) 디젤 기술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곤 사장을 거들었다. 그는 "디젤 승용차가 고속도로에서 하이브리드카보다 연비.환경 측면에서 한 수 위"라며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하더라도 연비보다는 모터의 힘을 더해 가속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츠 부사장은 최근 미국시장에서조차 하이브리드카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아우디는 1995년 하이브리드카를 세계 처음 개발했지만 시장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상품화하지 않았다. 아우디는 연비가 더 좋은 디젤 하이브리드카를 개발할 계획이다. 일본 업체들의 맞불도 만만치 않다. 도요타는 최근 고성능 스포츠카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달고 있다. 대표적인 차량이 렉서스 GS 하이브리드카다.

와타나베 가쓰아키(渡邊捷昭) 사장은 "도요타는 독자적인 기술로 하이브리드 시장을 키우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승용차뿐 아니라 트럭.버스까지 도요타의 100여 개 모델에 모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달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도요타는 2010년 하이브리드카 판매량 목표를 100만 대(판매 차량의 10% 수준)로 잡고 있다. 혼다의 후쿠이 다케오(福井威夫) 사장도 "하이브리드카는 연비와 가속력에서 뛰어나 하이브리드카를 지속적으로 개발할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혼다의 하이브리드카는 도요타와 달리 자동변속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엔진에 모터 하나만 단 간단한 구조라 생산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는 하이브리드카 이후의 친환경차로 꼽히는 연료전지차에 대해 "기술력에선 혼다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제트기를 시판하는 것보다 상용화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혼다는 2003년 제트기 엔진 개발에 성공, 최근 자가용 제트기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혼다의 연료전지차는 현재 대당 가격이 4억원에 달한다. 한편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카와 친환경 디젤 엔진을 동시에 개발하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디젤 승용차를 내놓은 데 이어 내년 말 프라이드.베르나 하이브리드카를 시판할 계획이다.

◆ 하이브리드카=전기 모터와 가솔린 엔진을 함께 사용하는 차로 일반 가솔린차보다 연비가 30~40% 좋아 친환경차로 각광받고 있다. 일반 차량보다 30%가량 비싼 게 흠이다.

도쿄=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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