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기술력 놀랍지만 미래 연구가 별로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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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테드 고든(사진) 유엔미래포럼 초대 회장은 "한국의 현재 정보기술(IT) 기술력은 놀랍지만 언제 다른 국가에 따라잡힐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또 "세계 각국이 기술.산업.사회변천 등의 미래상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으나 한국은 미래를 예측하는 전문인력 양성 체제가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유엔미래포럼은 세계 50여 개국 1500여 명의 전문가와 학자가 미래의 사회 변화상을 연구하는 조직이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 등의 지원을 받고 있다. 국내 강의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고든 회장을 인터뷰했다.

-한국의 정보기술(IT)에 대한 소감은.

"2일 한국의 디지털미디어포럼 관계자들과 함께 분당 SK C&C 본사에 있는 유비쿼터스 체험관을 방문했다. 특히 스크린이 튀어나올 듯 생생하고 색감이 진짜와 진배없는 3차원(3D) TV를 눈여겨봤다."

-IT 분야에서 중국 등의 도전이 거세다.

"IT는 특히 경쟁이 심한 분야다. 이미 신제품의 개발속도가 짧아지고 있고 이젠 가격이 무기다. 한국이 IT의 혁신을 이끌었으나 방심하면 이 리더십을 놓칠 수 있다."

-한국의 미래 예측 시스템에 대해 평가한다면.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미래 연구 시스템이 있다. 일본은 1971년부터 미래를 연구하고 있다. 미래 전략을 석.박사 코스로 가르치는 대학도 전 세계 40여 곳에 이른다.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담은 국가미래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는 나라도 30여 개국에 이른다. 미 국가정보위원회(NIC)가 올 1월 펴낸 'CIA 2020 글로벌 트렌드'는 그중 가장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것으로 꼽히고 있다. 2년여 동안 1000여 명 이상의 미국과 세계 각국 전문가가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다. 하지만 한국에는 미래에 대한 전공자도 없고 연구 과정도 없다."

-미래 핵심 기술 분야로 어떤 것이 꼽히나.

"미래 핵심 산업은 ▶NT(나노기술) ▶BT(바이오기술) ▶뇌 이해 ▶개인 감시 체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사회학 부문이 될 것이다. 이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산업이 빛을 볼 것이다."

-미래에 기업활동은 어떻게 달라지나.

"개인의 행동 패턴을 매우 정밀하게 연구할 것이다. 어떤 제품이 팔릴지, 누구를 대상으로 팔지를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용량에 관계없이 데이터를 손쉽게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

-인간 복제.화학 생물 무기 등 기술의 발달에 따른 후유증도 걱정된다.

"국가가 윤리를 앞세우면 지식과 자본을 갖춘 연구조직이 음성적으로 활동할 것이다. 시스템을 갖춰 통제할 길을 찾아야 한다."

최지영 기자

◆ 테드 제이 고든(75) 회장은=미사일 개발 엔지니어로 출발해 미래학자로 변신했다. 1952~68년엔 맥도널드 더글러스사에서 탄도미사일 개발을 이끌었다.미국 랜드연구소의 미래 예측 기법인 '델파이 기법'을 만들기도 했다. 71년 세계 최대의 미래 전략 컨설팅 기관인 '퓨처스 그룹(The Futures Group)'을 설립해 20여 년간 운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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