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개정 정치절충만 남았다 민정대안 윤곽 드러나 여야 협상 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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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1대 국회 벽두부터 정치의안으로서 여야간에 쟁점이 되어왔던 국회법개정은 민정당측의 구체적 대안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면서 막바지 정치적 절충만 남겨놓게 됐다.
지난 6월 각당대표간의 합의에 따라 설치된 국회운영제도연구소위는 18일까지 민한당이 제출한 14개항과 국민당이 내놓은 17개항의 국회법개정안에 대해 극히 「사무적인」 축조심의를 끝냈다.
이 과정에서 대체로 합의에 도달한 대목은 5개항. 즉 제59조 (참고자료의 열람과 대출금지)의 「국회밖으로」 라는 문구를 삭제하고 「비공개회의」 때만 대출을 금하기로 했고 제105조 (국무총리·국무위원해임안의 처리) 에 있어서 현재 72시간내 처리않으면 자동폐기되게 하도륵 시한을 정한것을 야당측은 없애자고 주장했다가 96시간내로 양보함으로써 조정이됐다.
또 제111조 (회의록의 배부반포) 는 의장허가사항을 보고사항으로 현실에 맞도록 수정하고 제122조 (조사방법)도 의장 「승인」을 「보고」로 완화키로 했다.
이밖에 의제외 발언금지(95조)와 관련한 신문·잡지등의 낭독금지규정은 상임위에 한한다고 해석함으로써 양해가 이뤄졌고 98조 발언자 제한도 「소속의원비율에 따라」 제한한다는 규정을 삭제키로 의견접근을 보았다.
그러나 이런 항목들은 여야간에 별로 큰 이의가 없는 절차상의 규정에 불과하다.
민한·국민당측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상임위에서 △예산심사권을 부활하고 △국정조사권발동요건을 완화한다는 두가지로 집약된다.
지금까지 소위에서 민정당측은 상위의 예산예비심사에는 예결위의 상설화로 맞섰고 국정조사권은 현행법 자체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야당측 주장을 들어줄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중 예결위 상설화는 현재의 예산결산 특별위의 이름만 바꾼 것이지 아무 실효를 거둘 수 없는대안이라는게 야당측 주장이었다.
민정당측은 국회법개정안이 야당주장대로 개정되지 않으면 예산심의에 응할 수 없다는 민한당측의 강경한 방침을 수렴키 위해 어느 정도의 양보선을 구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상임위에서 예산예비심사권이라는 야당의원들이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대목에 신축성을 갖겠다는 것이다. 윤석순 국회운영제도연구소위위원장은 다만 상임위가 예산심사권을 남용해 이를 정치적 목적에 결부시켜 심사를 지연시키거나 할 가능성에 대비하여 심사마감기일을 정하는등 안전판을 꼭 마련해야 되겠다고 강조했다. 윤위원장은 정부도 반대하고있는 예결위 상설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국회기능의 정상화를 위한 것 이라면서 이의 실현을 밀고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것을 협상카드로 이용할 생각은 없다고 말해 이를 꼭 관철하겠다는 입장은 아닌 것 같다.
야당측도 예결위가 상설화되면 자칫 「예결상위」소속의원은 「의원중의 의원」 이 될. 가능성이 있어 인선에 따른 당내진통을 염려해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다.
국정조사권에 대한 민정당측 입장은 확고한 것 같다. 현행 국회법규정에 잘못이 없으며 야당 주장대로 발의선을 의원 4분의1 또는 3분의1로 할 경우 국정조사권의 남발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민정당측은 국회법 제124조 증인·감정인등 출석요구조항을 잘 활용하면 상임위 차원에서도 국정조사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심사가 가능하다고 본다. 따라서 이러한 정치적 해석으로 야당측의 양해를 구할 생각이다.
민정당측은 당초 이같은 대안을 국회운영진행을 봐가며 느지막하게 제출할 복안이었던것같다. 국회법개정안을 들어주면 지자제등 다른 정치의안을 가지고 파장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마참사로 정국을 화합쪽으로 밀고가야한다는 분위기가 성숙되면서 가급적 이를 일찌감치 내놓고 총무회담에서 양해를 구한 뒤 내주로 예정된 3당대표회담에서 마지막 절충을 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꾼 것 같다.
문제는 이를 받아들이는 민한당의 입장이다.
민한당 일부에서는 국회법은 정치의안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지금은 국회법이 문제가 아니라 선거법·언기법등 본격적인 정치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당지도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그래서 이 정도의 민정당측 대안을 가지고 민한당의 당내 설득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미얀마사태 이후 정국을 걱정하는 분위기와 어우러지면 뜻밖에 국회법개정안의 조기타결로 이번 정기국회가 순탄하게 넘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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