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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음악 다방이 늘어간다|『도시의 안식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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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고전음악은 한번 사귀면 실증나지 않는 영원한 벗. 그 『영원한 벗』 이 있는 곳을 찾는 젊은이가 꾸준히 늘어간다. 고전음악을 벗삼아 쉬고, 사색하고, 독서하고, 「연애」를 한다. 팝인구에 비하면 느린 탬포 이긴 하지만 국산 오디오제품의 대량보급 등과 함께 국내 클래식 인구는 계속해서 늘어왔으며 그에 따라 고전음악을 틀어주는 「도심의 오아시스」도 꾸준히 늘어왔다. 최근엔 전문고전음악 감상실 외에도 고전음악다방이 성업을 이루고 종교음악전문 다방도 생겨났다.
이곳엔 최근 들어 대학생등 학생계층 뿐만 아니라 젊은 직장인들의 발길이 잦다. 이들 클래식이 흐르는 곳은 어느덧 젊은이들을 포용하고 그들이 사색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명소」로 자리를 잡았다.

<순수음악 감상실>
『서울에서 청춘을 보내고도 르네상스와 필하모니를 모른다면 부끄러운 일이지요.』한 대학생의 말이다.
서울 종로1가의 「르네상스」와 명동의 「필하모니」는 젊은이 사이에 가장 널리 알려진 고전음악 감상실로 서로 쌍벽을 이루는 장소.
「르네상스」는 1950년에 현 위치에서 개업, 33년의「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필하모니」는 8월1일로 10년이 되었다.
음반만 해도 「필하모니」3천2백여장, 「르네상스」는 무려 l만여장이나 된다.
『음악을 들으면서 많이 울기도 했어요. 수 없이 많은 각오도 해보고요. 그리고 한편으로는 거듭되는 좌절, 실망에 새 힘을 얻기도 했어요.』
음악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고교1학년 때부터「르네상스」에 드나들었다는 안봉희씨 (27·유치원교사) 는『세상에서 가장. 마음 편한 곳이 이 음악감상실이라』 며 새로운 인생의 각오, 새 힘을 얻기 위해 요새도 1주일에 두 번 씩은 곡 찾는다고 말했다.
『아침 10시에 들어와서 밤 10시에 나가도 누구하나 상관하는 사람이 없어 좋아요.』「필하모니」의 주인 박홍씨(47) 는 『고전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좋은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아무데서나 쉽게 들을 수 없는 좋은 음악을 발굴. 소개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 며 ▲급속도로 불어나는 팝인구에 비해 증가추세가 늦고 ▲오디오시스팀을 갖춘 가정이 늘어나며 ▲학생과외 금지 등으로 대학생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치 못하며 ▲라디오·FM방송의 시청율 증가 등으로 순수한 고전음악 감상실을 찾는 고객이 최근 3∼4년 전부터 격감, 갈수록 운영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걱정했다.

<종교음악다방>
종교음악과 고전 음악은 사실 많은 경우에 그 맥을 같이하고 있지만 특별히 종교음악만을 고집하고 있는 곳이 서울 관훈동 l19 「아가페」다방이다.
노처녀인 정혜정씨(35·여전도사·종로경찰서 경목실근무)가 3년 전인 『사회사업의 기초작업으로』 80년8월에 개업한 이 다방은 그 누구도 담배를 피울 수 없는 것이 또 다른 특징이다.
33평의 그리 좁지 않은 공간에 작은 규모의 집회도 가질수 있는 「코이노니아(교제)룸」등 1백여석을 갖추고 김준곤의 『예수칼럼』 등 1백여권의 종교서적도 비치, 음악을 들으며 독서도 할수 있게 꾸며 놓았다.
문미량양 (20·동덕여대 가정교육과 1년) 은 『기독교신자는 아니지만 조용한 분위기에 다방 안의 공기가 탁하지 않아 한달에 4∼5차례씩은 일부러 찾는다』 고 말했다.
장귀복씨(29·K출판사근무)는 『직장이 남산에 있어 거리가 멀지만 조용히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독서토론 등을 갖고자 할때는 찾게 된다』 고 말했다.
차값은 코피, 우유, 주스 등이 모두 5백원씩.

<고전음악다방>
관철동과 종로2가 일대의「소노라마」「아그레망」「그로리아」를 비롯, 이대 입구의 「올리버」「아울로스」「심포니」「에로이카」「에바」「빠리」「그린하우스」, 고대 앞의 「안암」,서강대 앞의 「레떼」, 외대 앞의「고전주의」, 경희대 앞의 「클래식음악」, 명동 사보이호텔 부근의 「고전화랑」등이 장안에서 손꼽히는 고전음악 다방이다.
이곳은 「르네상스」나 「필하모니」처럼 음악감상실과 휴게실 등으로 분류되어 있지는 않으나 실내장식이나 다방 안의 분위기가 마치 가정의 응접실 같은 분위기를 빚는 점이 공통적인 특징을 지닌다.
그리고 이곳 다방에서는 영화음악·가곡·세미클래식 등을 가미해 고객의 입맛에 밀착하고 있는 것도 한 특징. 그 때문에 순수 음악감상실이나 종교음악 감상실보다 고객이 많이 몰린다.
관철동의 「소노라마」에서 만난 박선자양(22·이대약학과 3년) 은 『고전음악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지만 귀가 찢어지며 음악을 틀어대는 다방에 견주어 우선 친절하고 장식이 요란스럽지 않은데다 대화에 방해를 받지 않아 오게 되었다』 며 『음악이 시끄럽고 분위기가 야하면 사랑도 대화도 야해지기 쉽지만 음악이 조용하고 분위기가 고상하면 사람도 말도 고상해져 「좋은 인간관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전음악은 연령 차이가 없읍니다. 국민학생부터 할아버지까지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음악이지요. 몸의 건강에 등산이 필요하듯이 정신건강에 음악보다 좋은 것은 없읍니다. 고전음악을 벗삼으려면 6개월 이상「무조건」들어 귀에 젖어야 합니다.』
「르네상스」를 33년 동안 경영해온 박용찬씨(67)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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