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유관순은 잔다르크 같은 애국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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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잔다르크에 버금가는 세계적 애국 처녀는 한국의 유관순뿐입니다."

프랑스 오를레앙시의 잔다르크연구소 부소장인 올리비에 부지(44)박사는 4일 충남 천안시 병천면의 유관순 열사 사당을 찾아와 이같이 칭송했다. 그는 천안대 유관순연구소가 주최한 학술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오를레앙시는 잔다르크 덕분에 영국군의 점령에서 벗어난 도시다. 부지 박사는 1988년부터 이 연구소 부소장을 맡아 잔다르크 연구에 몰두해 왔다. 그는 파리 4대학(소르본)에서 유럽 중세의 무기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98년 뤽 베송 감독이 영화 '잔다르크'를 만들 때 창.칼.투구.깃발 등을 고증해 주는 자문역도 맡았다.

부지 박사는 "연구소에서 잔다르크(1412~31)와 비슷한 역사적 인물을 찾다가 유관순 열사(1902~20)를 발견했다"며 "두 사람이 살았던 시기는 500년이나 떨어졌지만 어린 나이에 나라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큰 일을 한 것은 똑같다"고 말했다. 잔다르크와 유관순은 각각 프랑스와 한국의 침략자인 영국과 일본의 고문을 견뎌내고 회유를 뿌리치다 순국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내 국난극복의 상징적 존재가 됐다.

부지 박사는 "유 열사가 학창 시절 책을 통해 잔다르크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 근거로 1907년 장지연이 쓴 잔다르크 전기 '애국부인전'이 출간된 사실을 들었다. 천안대 유관순연구소의 김충식(53) 교수는 지난해 잔다르크연구소를 방문해 두 기관 간 학술 교류협정을 맺었다.

천안=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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