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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골치 아픈 좌우대립 … 미국도 다르지 않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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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캐스 선스타인 지음
이시은 옮김, 21세기북스
344쪽, 2만1000원

원제는 『음모이론 그리고 다른 위험한 생각들(Conspiracy Theories And Other Dangerous Ideas)』이다. 우리말 제목은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 쓴 음모론과 위험한 생각들』이다. 둘 다 틀린 제목은 아니다. 음모이론도 다루고 있고 ‘위험한 생각’도 나온다.

하지만 영문판과 한글판의 제목은 낚시성 제목이기도 하다. 저자인 하버드 로스쿨 캐스 선스타인 석좌교수는 보다 더 중요하고도 심각한 문제의식으로 정치권과 사회가 한번 시도해 볼만한 제안을 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정치·사회 상황은 닮은꼴이다. 여야, 좌파·우파, 보수·진보 간의 첨예한 대립 때문에 어느 쪽이 집권해도 ‘되는 일이 없다’는 말이 나오기 십상이다. 꽉 막힌 대립 상황의 타개책으로 ‘신(新) 진보주의(New Progressivism)’를 표방하는 저자가 내놓은 것은 ‘최소주의’와 ‘중간주의’다.

 최소주의는 이론 논쟁은 일단 접어두고 구체적인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중간주의는 서로 충돌하는 진영들이 각자 신봉하는 신념을 받아들이면서도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는 것이다.

 음모이론을 멀쩡한 사람들이 믿는 이유는 뭘까. 말도 안 되는 일을 목격하고 공포와 분노에 휩싸인 사람들은 원인을 찾아내 불확실성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흥미로운 것도 요약하면 재미가 없다. 40여 쪽에 달하는 이 책의 제1장 ‘왜 음모론이 들끓는가’를 한번 읽어보시라. 재미있다.

 이 책은 음모이론뿐만 아니라 동성결혼, 동물의 권리, 기후변화 같은 문제도 솜씨 있게 해부한다. ‘누가 우리를 비난하는가’ ‘어떤 말로 비난하는가’라는 두 질문에 대한 답이 곧 우리에 대한 평가의 한 축을 이룬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을 6권이나 쓴 미국의 대표적 보수논객 글렌 벡은 선스타인 교수를 일컬어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사람’이라고 했다.

 선스타인은 사실 중도파에 가깝다. 중도의 좋은 점은 세력을 좌우 양쪽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종종 양쪽의 협공을 받는다. 이 책 역시 미국의 좌파·우파 양쪽을 모두 분격하게 하는 내용이 많다. 선스타인 교수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공공지식인 중 한 명이다.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루머』 등을 썼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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