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강사 등 불러 '방과후 학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3일 오후 서울 봉천동 인헌중학교에서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인 공예반 활동을 격려하고 있다. 내년부터 본격 도입될 '방과후 학교'는 학교가 중심이 되어 학생·학부모·지역사회에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김춘식 기자

내년 신학기부터 초.중.고교의 정규수업 후 '방과후 학교'에서 학원 강사나 대학생, 외국 유학생 등의 수업을 받을 수 있다. 방과후 학교란 지금까지 학교 담장 안에서 제한적으로 이뤄졌던 수준별 보충학습, 방과후 교실 등을 확대한 것이다. 다른 학교 학생이나 성인도 방과후 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의 '방과후 학교 운영방안'을 확정하고,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대로 내년부터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시행키로 했다. 올해 전국 초.중.고 48개교가 '방과후 학교 연구학교'로 지정돼 방과후 학교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 어떻게 달라지나=현재 전국 초.중.고교에서 방과후 교육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 프로그램들은 학교장이 운영하며, 강사는 대부분 교사 자격증이 있는 현직 교사로 해당 학교 학생만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 만들어지는 방과후 학교는 학교 벽을 텄다. 학교장 이외에 학부모회.YMCA 같은 비영리 단체 등도 운영 주체가 될 수 있다. 위탁운영 방식이다. 강사진도 현직 교원 외에 학원 강사, 학부모 자원봉사자, 지역사회 인사, 국내 체류 외국 유학생, 공인 특기자, 기능인 등으로 확대된다. 올해 연구 학교로 지정된 전남 담양초등학교는 대나무 공예 전문가와 국제 결혼한 원어민을, 마산 호계중학교는 경남대 등의 재학생을 강사로 썼다.

방과후 학교의 학생 범위도 확대된다. 학생 아닌 성인도 원하면 방과후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연구학교인 서울 인헌중학교의 경우 논술.영어 프로그램에 타교생 196명이 참여하고 있다. 교육 시간도 학교 실정에 따라 다양하게 조정된다. 토요일과 평일 오후 8시까지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연구 학교인 부산 엄궁초등학교는 오후 1시부터 오후 8시까지 교과 관련 보충수업을 하고 있다. 교육시설도 학교 밖으로 확대된다. 학교 밖 도서관이나 청소년 수련관, 사회복지관도 쓸 수 있다. 연구학교인 경북 김천농.공고의 경우 김천대학에서 제과.제빵 및 애완견 미용 등의 수업을 하고 있다.

◆ 저렴한 수강료, 저소득층 지원=방과후 학교의 수강료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원의 20~50% 수준으로 저렴하다. 저소득층 학생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교육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교육부는 특히 맞벌이 가정과 소외계층 자녀를 위한 학교 내 보육프로그램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전국 681개 학교에서 875개 방과후 교실이 운영되고 있으나 2008년까지 전국 초등학교의 50% 수준(2500여 개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권혁운 학교현장지원팀장은 "학교 내에서 좋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운영하면 학생들이 학원에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교육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kanghj@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