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교조는…] 2. 비조합원은 왕따 … 교장도 어찌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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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국회 교육위에 출석한 김진표 교육부총리가 전교조 부산지부의 반 APEC 동영상 수업 자료에 대한 질의를 듣고 있다. 조용철 기자

서울 U초등학교는 방학 때 교사들이 돌아가며 하루씩 학교에 나오던 관행을 올해부터 없앴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못 나오겠다고 거부했기 때문이다. 최근엔 학기 말에 보는 학업 성취도 평가 문제로 시끄러웠다. 이 역시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학생에게 부담이 된다"며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학교 교장은 "전교조 교사들은 새로운 건 아예 하지 못하게 하고, 원래 하던 것마저 축소하려고만 한다"며 "수업 연구나 등교 지도도 못하겠다고 하는데, 사정 사정해 겨우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교조 교사들이 학교 현장의 의사 결정 주도권을 점점 키워가고 있다. 교장보다 전교조 교사들의 목소리가 더 커지면서 "전교조 때문에 의지를 가지고 무슨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하는 교장이 늘고 있다.

◆ 냉랭해진 교사 모임=전교조 교사와 비조합원 교사 간의 갈등이 교내 융화를 해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조합원인 윤모(44.서울 H고) 교사는 학교운영위원회에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다가 몇 년 전 그만뒀다. 전교조 교사들이 주도하는 대로 회의가 휘둘렸기 때문이다. 그는 "학교 협의회를 전교조가 다 관장해 일방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비조합원 교사들은 회의에 들어가지 않는다"며 "예전엔 교사들이 교과별로도 자주 모였는데 이젠 교사 모임 자체가 없고 서로 어울리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전교조 교사들의 과격한 활동 때문에 교사 간, 교사와 학부모 간 갈등이 소송으로 이어진 일도 있다. 2003년 6월 서울 J초등학교에서는 학교행정정보시스템(NEIS) 반대를 위한 연가 투쟁에 참석하려는 전교조 교사들과 이를 막는 학부모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다친 교사.학부모들이 진단서를 끊어 소송까지 냈다. 학부모들은 '학습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주장했고, 교사들은 '교권 침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편향 교육 논란=일부 전교조 교사가 계기수업뿐 아니라 평소 수업시간에도 이념적으로 편향된 내용을 가르치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부산 D고 김모 교장은 지난해 10월 열린 미술대회에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출품한 작품을 보고 깜짝 놀랐다. 피가 흐르는 듯한 글씨로 'BUSAN APEC'이라고 쓰인 자구를 보며 한 외국인이 웃고 있고 주위에 울부짖는 어린이들이 있는 그림이었다. 옆에는 'APEC이라는 포장된 이름 하에 숨겨진 당신들의 그 위선, 권력, 지위로 인해 고통받는 저들이 보이십니까?'라고 써 있었다. 김 교장은 "깜짝 놀라 그 학생의 학교 교장에게 물어 보니,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영향을 받은 그림이라고 하더라"며 "감수성이 예민한 애들에게 이런 부정적 시각을 갖게 하면 그 아이들이 어떻게 자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고3 학생은 "전교조 소속 윤리 교사가 수업시간에 '교과서에서도 신자유주의는 나쁜 걸로 보잖아. 신자유주의를 막아야 해. 그래 안 그래?'라고 고압적으로 물어 수긍하지 않지만 '네'라고 대답했다"며 "이는 교육의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 긍정적 평가도 많아=전교조가 학교 운영의 틀을 민주적으로 바꾸고, 회계나 인사의 투명성을 높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전교조 분회장인 전북 S중 정모(51) 교사는 "학교장의 정당한 지시를 거부하거나 자기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오기나 억지를 부리는 일부 교사가 있으나 그게 전교조의 참모습은 아니다"며 "전교조가 있음으로써 재단이나 학교장의 일방적인 학교 운영 행태가 완화되고 투명성이 확보되는 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재민 한양대 교수도 "전교조로 인해 일선 학교 운영 과정에서 교사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학교 회계와 인사의 투명성이 개선되는 등 순기능도 있다"고 말했다.

입시 위주로 흘러가는 교육을 인성교육 쪽으로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체 교사 118명 중 53명이 전교조 소속인 서울 Y여고의 경우 재량활동 시간에 환경 보전이나 중국의 역사 왜곡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가르친다. 다른 고교들이 수능에 도움되는 영어나 수학 심화학습을 시키는 것과는 다르다. 이 학교 교장은 "전교조 교사들이 입시 때문에 왜곡되는 공교육을 바로잡는 노력도 많이 한다"며 "입시를 중시하는 학부모들과 부닥치기도 하지만 적절한 긴장관계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방 P고교 교장은 "철학과 방식은 나와 다르지만 전교조 교사의 학생 사랑과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정은 평가해줘야 한다"고 했다.

특별취재팀=김남중.강홍준.고정애.한애란 기자<njkim@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내부 들여다 보니…
위원장 따라 노선 달라져
"강.온 노선 분명한 사람 70~80%
무능력 등 약점 감추려 가입하기도"

1999년 합법화 이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부영.이수호.원영만.이수일 위원장 등 네 명. 전교조는 위원장이 바뀔 때마다 노선이 달라졌던 것으로 평가된다.

현 이수일 위원장은 '온건파'로 분류된다. 2대 이수호 위원장과 같은 계열이다. 직전의 3대 원영만 위원장은 '강성파'라는 말을 듣는다. 초대 이부영 위원장도 그랬다.

온건파는 '지지 세력'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강경한 투쟁보다 우선 '대화'로 문제를 풀려 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강성파는 자기 노선(주장)을 강력히 주장해 상대방이 따라오게 하되 여의치 않으면 강경 투쟁을 불사하는 성향이 강하다. 2003년 원 위원장 시절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반대 투쟁이 한 예다. 이재민 한양대 교수는 "중앙 집행부가 어떤 노선의 사람들로 구성되느냐에 따라 시.도지부도 영향을 받는다"며 "현재의 온건파 위원장이 들어서면서 16개 지부 중 11개 정도의 지부장도 온건파가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일반 노조원(9만5000여 명) 중 노선이 분명한 사람이 상당수이며, 온건과 강성의 비중은 반반 정도 되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어느 노선의 위원장이 당선되느냐는 노선이 분명치 않은 사람이 그때 그때 어떤 쪽을 지지하느냐에 좌우돼 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만중 전교조 대변인은 "전교조도 대중 조직이다 보니 다양한 견해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러나 노선이 중요한 게 아니고 대의원대회.중앙집행위원회 등을 통해 다수의 의견을 수렴한 뒤 일을 해나간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교조 교사들의 성향에 대해서도 이런 저런 말이 많다. 참교육을 지향하는 교사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왕따를 피하거나 자신의 결점을 전교조라는 '우산'으로 보호받으려는 교사도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보호막'인 셈이다. 전북 S중의 전교조 분회장인 정모(51) 교사는 "그래도 대다수 전교조 교사는 참교육 실현을 위해 여전히 분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전교조라는 조직의 힘을 빌려 자신의 약점이나 무능력을 감추려는 교사도 일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변인은 "조합원의 성격을 분류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조합원 전체가 같은 목적을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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