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전 도색때 폭약장치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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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버마 아웅산국립묘지 폭발사건은 폭파시간이나 희생자의 위치, 상처부위등으로 보아 고도의 기술을 지닌 살인전문범이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범인들은삼엄한 경비망을 뚫고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방법으로 엄청난 범행을 저지를수 있었을까. 범인들의 정체는 무엇이고 버마등 내부의 동조자는 없었을까. 이미 버마정부측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우리들이 만족할만한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부상자·버마교민들이 입국한 것을 계기로「아웅산의 미스터리」를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벗겨본다.

<폭약장치>
범인들이 고도의 폭파 기술을 가졌고 범행이 치밀하고 조직적이었다는 추정은 이들이 폭파장치를 하면서 살상 각도를 분향대에 맞춰 정확히했다는 점에서 확인할수 있다. 현장 생존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폭발방향은 헌화장소를 중심으로 도열한 수행원쪽으로 되어 있다. 즉 폭탄이 폭발하면서 그아래 3백60도방향으로 폭풍·불기둥이 퍼진것이아니라 군용 클레이모처럼 한쪽 방향만으로 각도를 잡아 피해를 준 것이다. 이것은 폭발지점과 같은 거리에 있었지만 수행원과 반대방향에 있었던 일부 보도진은 상처를 적게입었거나 상처없이 무사했던 사실로도 뒷받침해준다.
이는 범인들이 폭파장치를 하면서 살상 각도를 정확히 측정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고 전문적인 기술자였다는것을 말해준다.
폭발지점인 묘지건물내부의 천장은 높이 약3m쯤으로 가운데는 기둥이 없다. 폭약을 천장밖에 장치했다면 쉽게 눈에 띄었을것이므로 천장속에 감추었을 가능성이 짙다.
천장은 정방형(가로·세로1m쯤)의 목재 타일로 되어있어 이것을 한두장 뜯어내고 감추었거나 기왓장창문을 통해 지붕속으로 장치했을것으로 보인다.

<범인들의 정체>
아직 확실히 드러나지는 않고 있으나 범인들이 북괴특수기관원이 직접 범행했을 가능성이 가장 짙고 적어도 북괴와 연결되어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버마에는 반정부집단인「연방민족주의 전선」이 있으나 이들의 단독소행으로 보기에는 목적이나 동기가 석연치 않다.
더구나 북괴는 76년 이들 반정부집단에 폭력훈련과 무기지원을 해준 사실이 있는 만큼 이들 집단의 소행이라해도 북괴측의 사전지시나 사수를 받았을 것이 틀림없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버마 주재 북괴대사관의 차석인 김용호와 지난3월 부임한 무관(대좌)과 무관보좌관(소좌)등에 의해 이루어진 계획적인 사건일 가능성이 가장 짙다. 이소식통은 북괴대사관 차석 김용호는 랭군대학을 수료, 버마인과 지면이 넓은 인물이며, 무관과 무관보좌관은 체코슬로바키아·유고슬라비아등에서 무관을 지내다 버마로 부임한후 버마에서 불법활동을 하고 있는 버마공산당과 유대관계를 맺고있는것으로 알려져 행동대원으로 활약했을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북괴대사관의 공식직원은 8명이나 30여명이 상주하며 비공식활동을 펴고 있다는 것.
버마공산당은 버마 동북부지역을 마비시킬 정도로 테러와 폭력등 반정부활동을 일삼아 버마정부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으며 금년초에는 랭군시까지 침투, 6개조가 사살등 테러를 한뒤 달아났던 사건도 있었다는 것이다.
일부 외신보도처럼 유럽과 중동출신의 도시게릴라 5명이 랭군에 잠입했었다고 하지만 이들은 직업적인 테러리스트. 이들의 범행이라면 결국 북괴가 이들을 매수했다는 결론이다.
또 3주전 북괴의 수상한 화물선이 통상승선인원의 2배가 넘는 39명을 태우고 4일간 랭군항에 정박했고 스리랑카도 들렀다가 쫓겨났다는 사실도 주목할만한 일이다.

<폭파 방법>
시한폭탄·원격조종등의 두가지 방법이 들먹여지고 있으나 외신에서는 거의 시한폭탄으로 보고 있다.
시한폭탄은 화약에 타이머를 부착해 일정한 시간에 터지게하는 방법으로 테러리스트들이가장 즐겨사용한다.
타이머는 5∼6일후 폭파되도록 할수 있으나 오래전에 설지할수록 정확성이 떨어져 오차가 많아지므로 보통 한두시간전에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사건에서 폭발시간이 2분정도 오차가 났다면 2∼3일전에 설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보는 사람도 있다.
원격조종방법이 화약계통에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3∼4년 정도다. 4km떨어진 곳에서도 버튼하나로 조종이 가능해 이 방법을 흔히 쓴다는 것이다. 사용에는 전자계통의 특수한 기술이 필요해 전문가가 아니면 사용에 어려움이 많다. 스위치를 누르면 초단파가 배터리의 음극과 양극을 연결시켜 폭발된다. 직접 현장을 보고 있어야 하고, 콘크리트벽등 장애물이 있으면 조종거리가 크게 줄고 방해전파에 의해 엉뚱하게 폭발하기 때문에 사용에 어려움이 많다.
외국에서는 원격조종폭파장치를 제거하기 위해 경호원들이 방해전파를 발사, 미리 안전점검을 하고있어 최근에는 초단파에 암부호를 주입하는 방법도 개발됐다. 이번 사건의경우 아웅산묘소가 다른곳보다 다소 낮은 평지로 관찰이 용이한데다 주위에 사원이 있어 내려다 볼 수있었으며 고층건물등 방해요소가 없어 원격조종방법이 사용됐을 가능성도 높다.
특히 이계철 주버마대사가 도착한 직후 진혼나팔소리가 나고 폭발한 것으로 보아 나팔소리가 원격조종의 폭파신호였을수도 있어 수사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현장침투>
국내수사관계자들은 미리 범인들이 현장을 면밀히 답사했을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사전에 무슨 명목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북괴측이 공식행사로 이곳에 헌화한 것은 지난8월25일. 북괴최고인민회의의장 양형섭이대표단을 이끌고 이곳을 참배했었다.
그러나 가장 주목할 것은 바로 2주일전에 아웅산국립묘지의 대대적인 도색작업이 있었다는 것이다. 아웅산묘지는 보통때는 누구라도 참배할수 있도록 공개되고 있기는 하지만 천장의 도색작업이 범행장소물색이나 폭약은닉장소 선정에는 안성마춤이었을 수도 있다.
아웅산 묘지는 사고전날인 8일저녁부터 일반인들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관계자들만 출입할수있었다. 그렇다면 범인들은 8일이전에 폭약을 장치했을가능성이 크다. 출입이 통제된 가운데 폭약이 장치됐다면 버마 경비병중 내부에 동조자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미얀마당국도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
사고직전인 9일아침 버마의 보안요원들이 현장일대의 안전점검을 했으나 폭약이 숨겨진 사실을 적발하지 못했다는 것은 역시 의문점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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