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 대만을 꺾어라.'
김인식 한화 감독이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사령탑에 2일 선임되면서 야구 최강국을 가리는 '야구월드컵' 전쟁이 본격적으로 점화됐다. 한국을 비롯, 일본 대만 중국 등 A조에 속한 아시아 4개국은 1라운드 예선전을 치러 아시아에 배정된 2장의 티켓 주인을 가리게 돼 있어 한국은 이 대회 최소 2위 달성이 지상과제로 떠올랐다.
한국과 일본이 4개국 중 객관적인 전력 상 앞서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 프로야구 실행위원회는 WBC에 대비, 12개 구단의 최상의 선수들을 추리고 해외파들의 대거 합류를 예고하는 한편 대표팀 합숙훈련까지 천명하는 등 일본판 드림팀을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우승까지 넘보는 마당에 1라운드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수 없다는 계산이다. 야구 저변과 프로야구 수준에서 한국에 비해 앞서있는 일본이 이처럼 총력체제로 나온다면 일본을 꺾기란 그리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우세를 인정할 경우 결국 한국-대만전이 관건이다. 4개국이 돌아가며 1경기씩을 치르게 되므로 맞대결에서 사실상 모든 것이 결정난다. 양국 모두 일본전보다는 서로의 일전에 '올인' 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양국이 최고 투수를 내세울 박찬호-왕젠민 대결이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카드다. 김인식 감독도 사령탑에 선임되면서 아직 선수 구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박찬호가 아프지 않다면 당연히 부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올 시즌 12승8패(방어율 5.74)로 부활을 알렸지만 막판 선발에서 제외되는 등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입은 박찬호(32.샌디에이고)도 세계가 주목하는 야구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릴 기회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대만도 예선 통과를 위해서는 일본전보다 한국과의 경기에 왕젠민 카드를 빼어들 가능성이 높다. 왕젠민은 올 시즌 세계 최고의 명문 구단인 양키스의 5선발로 활약하면서 8승5패(방어율 4.02)를 기록한 무시할 수 없는 강적이다. 야구를 국기(國技)로 여기고 애국심이라면 한국을 뺨치는 대만의 정서 상 왕젠민이 대회에 빠질 가능성은 극히 적다. 콜로라도에서 활약하고 있는 메이저리거 차오친후이가 있지만 아무래도 무게에서 왕젠민이 앞선다.
모두 4개조로 나눠 16개국이 참여하는 WBC에서 한국을 비롯한 A조 4개국은 내년 3월 3~5일 일본 도쿄에서 예선전을 거행하며 이 중 1.2위팀이 3월 12~16일 B조 1.2위팀과 2라운드를 치른다. 2라운드를 통과한 4개팀은 18일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준결승전, 20일 결승전을 치러 야구 최강국을 가린다.
박수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