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학 교수가 미용학원과 짜고 미용고교 졸예자 19명 부정입학 시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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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체 직원을 교육해 정규 학위를 주는 ‘계약학과’ 제도를 악용해 학생들을 부정 입학시킨 혐의로 대학 교수 등이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2013~2014학년도 수도권 소재 2개 대학교에 미용 관련 계약학과를 개설하고 이 과정을 밟을 자격이 없는 고등학교 졸업예정자 등 45명을 부정입학시킨 혐의(업무방해)로 A대학 유모(44ㆍ여)교수와 미용업체 관계자 박모씨(55)등 모두 1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계약학과제도는 지난 2003년 제정된 산업교육진흥및산학협력촉진에관한법률에 따라 근로자의 재교육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산업체가 대학과 운영계약을 맺고 학과를 개설해 소속 근로자를 교육하는 제도다. 4년제 대학과 전문대, 대학원 등에 설치가 가능하며 산업체 직원만 입합할 수 있다. 입학 기준으로 4대 보험 가입 증명과 재직증명서(입학일 전 3개월 이상) 등이 요구된다.

경찰에 따르면 타 대학에서 계약학과 겸임교수로 일하던 유교수는 A대에 계약학과가 신설된다는 소식을 듣고 2012년 12월부터 미용협회 등을 통해 알고 지내던 미용학원 원장 류모씨(40)등과 함께 학생들을 유치했다. 경찰 조사 결과 유씨는 학교로부터 연봉 4500만원과 학과장 자리를 받기로하고 평소 알고 지내던 정모씨(42·여)에게 겸임교수 자리를, 김모씨(47·여)에게는 시간강사 지위를 약속하고 함께 학생들을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용학원 원장 류씨 등 미용관련 학원 운영자 3명은 소속 원생들에게 대학에 진학시켜준다는 명목으로 한 달에 80만~150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학원 수업을 받게 해 1억7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올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용업체 관계자 박씨 등 13명은 고등학교 졸업 예정자들을 자신들의 업체에 근로하는 것처럼 재직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하고 4대 보험에 위장 가입 시켰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계약학과는 2008년 42개 대학 6000여명에서 2014년 134개 대학 1만3000명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제도 입법취지에 맞게 진정한 근로자만이 진학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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