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피플] 독일 새 사민당수에 내정된 플라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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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마티아스 플라첵(51) 독일 브란덴부르크 주지사가 내분에 빠진 사민당을 구원할 백기사로 떠올랐다. 당 지도부는 2일 사퇴한 프란츠 뮌터페링 당수 후임에 그를 내정했다.

플라첵은 이달 중순 열릴 전당대회에서 당수로 공식 선출될 예정이다.

쿠르트 벡 라인란트팔츠 주지사는 "플라첵이 당 지도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당수직에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첵은 "차기 당수로 지명돼 큰 영광"이라며 "열정을 갖고 소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플라첵은 실용주의를 중시하는 동독 출신의 신진 정치지도자다. 전임인 뮌터페링의 중도 노선을 따르며 당내 좌파3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환경문제 전문가인 그는 동독 정권 말기 시민단체에서 사회활동을 처음 시작했다. 1990년 단명으로 끝난 모드로프 총리 내각에서 무임소 장관을 지냈다. 사민당에는 95년 입당했다. 비교적 짧은 당내 경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당 안팎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준수한 외모에 친화력도 뛰어나다. 루트비히 슈티글러 원내 부총무는 "플라첵을 새 당수로 추대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도 안 됐다"고 말했다. 97년 동독 오더강 지역을 휩쓴 홍수 때 그는 독일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장에서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적인 구호활동에 나서 '도랑 속의 백작'이란 별명도 얻었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플라첵은 분열된 사민당을 통합할 차세대 지도자"라고 높이 평가했다. 하원의장을 지낸 볼프강 티어제 부당수는 "플라첵은 뮌터페링이 추진하던 당의 세대교체를 보다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플라첵이 사민당 새 당수가 되면 총리가 될 앙겔라 메르켈 기민당수와 함께 동독 출신 전성시대를 맞게 된다.

한편 우려됐던 대연정 붕괴 위기는 고비를 넘겼다. 플라첵은 "진행 중인 기민.기사당과의 대연정 협상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뮌터페링 전 당수도 "대연정 내각에서 노동부 장관 겸 부총리를 맡아 새 당수를 돕겠다"고 말했다. 당 사무총장 선출 등을 둘러싸고 극심한 내분에 휩싸였던 사민당은 플라첵을 중심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베를린=유권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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