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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서남아에 줄 것, 받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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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두환대통령이 방문할 미얀마·인도·스리랑카 등과 한국사이에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미·일 등 우방처럼 우리 외교전략의 변수로 작용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중동처럼 중대한 경제적 이해타산이 걸려있는 것도 아니다.

<북한방해 불구하고>
때문에 전대통령의 순방은 평소에 우의를 다쳐 국제사회에서의 지지기반을 확대하고 나아가 경제협력의 가능성을 넓힌다는데 가장 큰뜻이 있다. 열이 나 아스피린을 투여하자는 것이 아니라 보약외교를 하자는 뜻이다.
이둘 3개국 중 인도가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비동맹운동의 기수로서 국제정치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 때문이다.
인도는 독립때부터 권력정치 반대, 군사동맹가담 반대,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비동맹노선을 외교기조로 삼아 90여개국을 블록화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해왔다.
비동맹 창시국의 일원으로 자처해온 버마는 미·소 등 초강대국에 대해 극도의 불신을 가진 나머지 79년8월 아바나정상회담에서 탈퇴를 선언, 엄정중립의 순수 비동맹노선을 고수하고있다.
스리랑카는 79년까지 비동맹 회의 의장국을 맡는 등 국력에 비해 훨씬 큰 발언권을 행사하고 국제분쟁의 조정자로서 착실한 이미지를 쌓아왔다.
이렇듯 이들 3개국은 우리가 늘 울타리 밖이라는 불리한 입장에서 북한과 외교적 경쟁을 벌여야 하는 비동맹무대에서 주도국이거나 상대편에 가까운 국가들이었다. 때문에 우려가 정상외교로 이들과 친해진다는 것은 북한에 대해 그만큼 타격을 가하는 것이며 우리의 외교영역을 확충하는 것이 된다.
이들 3개국은 왜 비동맹회원국인 북한의 악착같은 만류와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북한보다 한국과 손잡는 것이 훨씬 득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며 우리의 경제발전이 바로 그 바탕이다.
인도의「쿠시완트·싱」상원의원은『최근 많은 인도의 실업인과 국회의원들이 한국에 가 산업발전을 두루 살펴본 결과 한국의 개발경험을 하루빨리 배워야겠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됐다』고 말했다.

<등거리외교 질변화>
또 네루대학의「머티」교수(국제정치학)는『한국과의 경협필요성은 날로 건실해 가는 반면 북한은 외교관의 밀수에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김일성 연설문을 신문에 게재하는 등 웃음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며『이런 대조가 남북한에 대한 등거리외교의 질을 변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각료중 절반이 한국을 다녀간 스리랑카는「자예와르데네」대통령이 공·사석을 가리지 않고『한국인의 경제성장과 산업기술, 근면성을 배우자』는 말을 하고 있고 한편 부담스러울 정도로 관심과 기대를 갖고있다. 버마 역시 노골적인 표현은 않으나『한국이 뭔가 줄 것』 을 바라고있다.
이들 후발개도국이 한국의 경제력을 인식하게된 데는 우리 종합상사들의 상품수출, 건설업체들의 진출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도의 뉴델리와 상업도시 봄베이에는 현재 현대·삼성·대우·삼미 등 종합상사와 포철이나가 78년까지는 우리가 입초이던 무역구조를 82년에는 수출 3억5천만달러, 수입 1억5천만달러로 역전시켜놓았다.
우리가 인도에 수출하는 것은 철강판·철구조물·선박·시멘트·합성수지·화공약품·전자부품 등이며 철광석·망간·원면·양가죽 등 주로 원자재를 수입하고 있다. 특히 현대는 작년에 해상유전담수 주입 설비 5기(2억6천만달러)를 따낸 데다 올해도 인도국영해운으로부터 6만3천t급 원유운반선 11척을 수주했다.

<경제증진은 서서히>
80년까지만 해도 연간 5백만달러 선에 머물던 우리의 대 버마수출이 82년에는 2천2백만달러로 급성장했다. 버마정부의 어려운 외화사정, 소비재수입의 억제정책 등으로 절대량은 보잘 것 없지만 버마정부가 총투자 46억9친6백만달러 규모의 제4차 경제개발계획(82∼85년)을 적극 추진중임을 감안할 때 시장개척의 소지는 있다.
그러나 후진국진출은 적지 않은 애로도 수반한다. 인도는 질보다 가격을 중시하는 시장이라 마진이 적어 호황일 때는 우리 상사들이 다소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김용길 주인도KOTRA관장은『강력한 수입억제로 상품진출 분야가 제한되어있고 신용도가 낮은데다 절차가 필요이상으로 까다로와 애를 먹고있다』고 말했다. 또 대우의 이종신 지점장은『작년처럼 불황일 때는 이익을 적게 내더라도 우선 상품을 풀어먹일 수 있는 잇점이 있지만 본격적으로 파고 들어가자면 일본과 경쟁을 해야하는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국제상사의 버마지점장 이민우씨는『우선 주재국이 돈이 없어 지금보다 거래량을 늘리자면 차관까지 우리가 알선해야할 형편』이라며『일본은 연간 2억달러의 공공차관을 공여해 가면서 장사를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 3개국이 최근 들어 무역역조의 시정을 들고 나오는 것도 우리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의 일방적 수출에 의존한 경제관계를 상호보완적 관계로 개선해 달라는 것이다. 원자재를 좀더 사가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그들의 경제개발에 원조를 제공하고 동참해 주기를 희망하고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먼저 원조를 제공하고 두고두고 시장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자금에 여력이 없는데 고민이 있다.
때문에 이들과의 경제관계증진은 월남이나 중동에서 누렸듯이 급격한 신장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서서히, 참을성 있게 쌓아가야 한다는게 대사관과 종합상사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전육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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