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은행관계자들 금융사고에 관심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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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IMF총회 참석증 일정을 앞당겨 29일 새벽5시 귀국한 강경식 재무부장관은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은 뒤 곧바로 청사로 나와 이형구 제1차관보와 강현욱 이재국장으로부터 영동개발진흥사건에 대한 내용을 보고 받고 이미 정부가 발표한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도록 지시.
관계자들은 은행감독원의 확대개편을 위해서 관계법률개정을 서두르고 있으나 은행실무자들과 접촉을 통해 구체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재무부는 금융범죄가중처벌에 관한 법안을 이번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재국이 바삐 돌아가고 있다.
영동개발진흥사건 등 계속되는 금융사고가 발생하자 BOA등 외국은행 관계자들도 사건의 내용을 재무부에 문의하는 등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있다.
★…대형경제사건에 접한 외국은 국내지점들이 벌써 사고가 난 은행의 신용상태를 재확인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었어 사태의 심각함을 실감케 하고있다.
아직까지 사고은행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대응조치는 일어나지 않고 있으나 일부 외국은행 창구에서의 이 같은 분위기를 금융계에서는 또 다른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금융계인사는 『우리 나라 은행들이 「정부보증(Government Guaranteed)된 은행」들이란 것을 그들이 모를 리가 없다』고 이 같은 분위기를 일축.
★…조흥은행 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에도 액수를 알 수 없는 금융사고가 있다는 소문이 끈질기게 나돌자 해당은행은 이를 부인하느라 애쓰고있다.
특히 한일은행 소공동지점이 루머의 도마 위에 올려져 있는데 대해 한일은행측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루머의 진원지를 찾아내 고발조치 하겠다』며 소문을 확인해 오는 사람마다 『누구한테 들었느냐』고 캐묻는 등 발설자 색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형편.
한일은행 이석주전무는 『배를 갈라서도 거짓소문임을 증명해 보이겠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사례로 볼때 황당하던 소문들이 사실로 들어맞았던 터라 분명한 조사와 시간만이 사실의 진부를 가릴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반응들.
★…남광토건은 28일 증권거래소에 직접공시를 통해 최근 나돌고 있는 부도설·법정관리설 등은 전혀 낭설이라고 해명.
남광토건은 이날 직접공시에서 부도발생 사실은 전혀 없으며 지난 6월17일자로 발행된 어음중 분실공고 된 사고어음(지급지 제일은 중앙지점·1천만원권 2장)에 대해 지난 26일 적법하게 지급 거절한 사실이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
또 법정관리 및 은행관리설 등의 풍문은 검토한 일조차 없는 사실무근의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같은 남광토건의 해명으로 27일의 하종가에 이어 급락세를 보이던 남광토건의 주가는 후장 들어 회복돼 오히려 전월대비 3원이 올랐다.
★…잇단 금융사고 외 여파로 증시는 연중 최저권에 머무르면서 혼미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28일 증시는 장초부터 투자분위기가 냉각, 투매현상을 보이면서 종합주가지수는 한때 연중 최저치를 깨고 1백16·65까지 급락했으나 후장 들어 최고의 폭락세에 대한 반발매수세가 강하게 일며 결국 전날보다 약간 오름세를 보였다.
전·후장의 등락이 심하게 엇갈린 이날, 업종별로는 전일 크게 떨어졌던 건설·전자·기계·자동차 등의 오름세가 두드러졌고 전날과 비슷한 1천l백30만주의 거래량을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반등현상은 일시적인 것으로 앞으로 혼미한 증시전망에 따른 투매 때문에 주가는 계속 떨어질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있다.
★…재무부와 한국은행이 대립을 보여왔던 은행감독원의 독립문제는 뜻하지 않은 영동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간단하게 재무부의 KO승으로 판가름이 나버렸다.
그 동안 재무부가 은행감독원을 한국은행에서 떼내려는데 대해 한은측과 금융산업발전심의회측이 사실상의 관치금융강화라는 점을 들어 강력히 반대해왔던 것.
재무부측은 이에 대한 무마책으로 인사와 예산만을 따로 독립시키기로 했었는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완전히 독립시키기로 한 것.
애당초부터 재무부 생각은 은행감독원을 독립시키는데 필요한 20여 개의 관계법을 무리하게 고쳐가며 당장 강행하느니 보다 내년에 가서 해치우기로 한 것이었는데 이번 금융사고방지대책에 포함시켜버림으로써 일거에 해결해 버린 셈이 됐다.
★…잇단 은행사고로 금융불신이 커진 속에서 농협중앙회는 10월1일부터 3개월 동안 「농촌저축특별추진운동」을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협은 추곡수매대금이나 농산물판매대금을 자기앞수표로 지급, 별단예금을 늘리고 도시에 농촌출신 유력인사를 찾아 저축을 권유하는 「내고장돕기 저축운동」도 펼칠 방침.
이밖에도 농민조합원가족을 대상으로 마을별 저축좌담회를 여는가 하면 단위조합별로 매일 업무시작전에 두 차례에 걸친 가두캠페인도 벌인다고.
농협예수금은 저금리 때문에 상호신용금고 등으로 빠져나가기 시작, 연초엔 1조6천억원까지 떨어졌다가 최근엔 1조7천억원으로 다소 호전됐는데 금년 목표 2조3천억원에는 못 미치더라도 연말까지 2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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