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의 클래식 프리뷰] 50년 전 주빈 메타처럼 … 30대가 지휘하는 LA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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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보 두다멜이 LA필하모닉과 함께 다음 달 25, 26일 한국을 찾는다. 첫날은 말러 교향곡 6번을, 다음 날에는 존 아담스 ‘시티 누아르’와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한다. [사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구스타보 두다멜이 지휘하는 LA필하모닉이 온다. 오는 3월 25, 2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두다멜은 음악이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기치를 내건 엘 시스테마(베네수엘라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무상 음악교육 프로그램)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다. 18세에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관현악단 지휘자를 거쳐 28세의 젊은 나이에 LA필의 음악감독의 자리에 오른 두다멜은 매거진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들 정도로 음악계를 넘어서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2009년 LA필이 28세의 남미 출신 두다멜을 전격 기용한 것은 1962년 26세의 인도 출신 주빈 메타가 젊은 나이에 임명된 것처럼 파격이었다. 주빈 메타가 재임 기간 동안 악단의 위상을 크게 높였던 것처럼 LA필의 이번 시도 역시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두다멜은 왕성한 음악적 성과와 더불어 활발한 사회 활동으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그는 LA유스오케스트라를 창단, 지역 사회와 함께 소외계층 청소년들에게 악기를 무상으로 대여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자신이 받았던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내한 프로그램도 알차다. 활력과 열정, 특유의 리듬감을 발산하는 두다멜. 그가 들려주는 존 아담스 ‘시티 누아르’와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에 대한 기대가 크다. 다른 레퍼토리는 90여 분이 소요되는 말러 교향곡 6번 ‘비극적’이다. 이 작품은 연가곡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와 같은 해에 완성되었으며 공교롭게도 3년 후 말러는 딸의 죽음을 맞고 자신도 심장병 진단을 받는 등 비극적인 일에 휘말렸다. 결과적으로 예언이 된 작품 ‘비극적’에서 말러는 슬픔과 비장함, 활기와 아름다움을 모두 쏟아내었다. 두다멜은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만장일치 우승으로 명성을 알린 바 있다. 그만큼 그에게 말러의 의미는 남다르다. 두다멜은 말러 교향곡 6번을 가리켜 “어둡고 비극적이지만 엄청나게 큰 축제와 같은 작품”이라 했다. 그가 이 작품의 복합적 요소를 어떻게 풀어낼 지에 애호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찍이 정상의 반열에 올랐던 카라얀은 평생에 걸쳐 베토벤 교향곡 전집을 여러 번 펴내 팬들에게 거장의 음악적 변화를 감상할 기쁨을 안겨 줬다. 훗날의 즐거운 비교를 위해서라도 34세 젊은 두다멜의 음악을 들을 기회를 놓치기는 아깝다.

김대환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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